[한국사람, 한글인터넷](1)프롤로그

대한민국 인터넷의 뿌리를 찾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초등학교 교과과정에도 올바른 인터넷 사용법을 비롯해 다양한 인터넷 생활에 대한 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와 최대의 인터넷 활용도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먼저 찾아야 할 인터넷 언어 주권은 어디에도 없다. 인터넷 주소창에서부터 e메일에 이르기까지 외래어 일색이다. 심지어 국적불명의 언어까지 난무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한글의 존재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이에 본지는 올해를 ‘인터넷 한글 독립선언’의 원년으로 정하고 인터넷 한글사랑 캠페인 ‘한국사람, 한글 인터넷-1인 1한글 e메일 주소 갖기’ 운동을 벌인다. 이 캠페인은 앞으로 매주 목요일 정기적으로 본지 지면을 통해 인터넷 한글화의 현주소와 향후 방향, 대안 등을 제시하고 인터넷 한글 확산과 관련돼 다양한 행사 및 사업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한글을 인터넷에서 올바르게 사용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위해 실시하는 이 캠페인은 인터넷 발전의 한 획을 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편집자 주>

언어는 힘이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언어가 존재한다. 각각의 언어는 역사와 전통, 문화와 습관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가장 쓰기 편한 말, 글이 자국 언어다. 몸에 밴 언어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다국어를 구사한다 해도 자국어 만큼 다양한 표현, 설득력이 있는 언어는 없다. 그러한 자국의 일부 언어들이 사라지고 있다. ‘힘의 논리’에서 밀려났다. 강대국의 힘은 언어를 지배한다. 반대로 피지배국이 가장 먼저 빼앗기는 것은 성(性)이고 언어다. 힘 없는 나라의 국민이라면 가장 먼저 언어의 서러움을 맛본다.

 ◇인터넷 주권은 한글에서부터=한글도 강대국의 언어는 아니다. 기자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이 바로 영·한글 혼용이다. 버젓이 우리말을 놔두고 외래어로 회사명을 짓고, 대화 대부분 영어 단어를 혼용해 쓴다. 굳이 외래어를 쓸 상황도 아닌데 무심결에 영어를 나열하는 경우가 흔하다. IT라는 제한적 공간의 한계도 있겠거니 생각해도 대화에서 차지하는 영어의 비중은 너무 크다. 이미 생활화 되어 있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주소창 입력에서부터 아무 거리낌 없이 영어를 쓴다. 미국이 인터넷 종주국인 것 만큼은 인정하지만 영어가 인터넷을 대변할 만한 언어라고 생각한다면 왠지 서글픔이 앞선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반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세계사에 빛나는 한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IT환경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환경에서 한글을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숫자로 구성된 인터넷 IP에 편의성을 더하기 위해 영문자로 표현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IP를 한글화하는 작업도 이미 이루어져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e메일 주소 역시 한글화 작업이 끝나 확산단계에 있다.

 해외로 발송되는 우편이 아닌 국내에서 주고 받는 우편에 영문 주소를 쓴다는 것은 참으로 우스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인끼리 편지의 수취인 주소를 ‘종로구 인사동’이 아닌 ‘Jongrogu Insadong’으로 쓴다면 어색하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 자존심의 문제며 주권 상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여기에 네티즌들끼리 통하는 기하학적인 문자, 비어 등은 그나마 인터넷에서 차지하는 한글의 위상을 더욱 초라하게 한다.

 ◇언어 마케팅시대의 도래=경제와 문화가 지배의 힘이 되는 글로벌시대에는 돈 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팔아야 한다. 이것이 현실 경제논리이고 시장논리다. 언어라고 예외일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미국인 만큼 언어를 마케팅 활용하는 경우는 없다. 물론 막강한 경제력을 가진 나라의 언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영어 마케팅 활용은 감탄을 절로 나게 한다.

 지난 98년 벤처기업의 대표주자였던 한글과컴퓨터가 간판사업인 한글워드프로세서 ‘아래아 한글’의 포기를 조건으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200억원 내외의 투자를 유치하며 19%의 지분을 넘겨주는 사건이 있었다. 이후 많은 ‘아래아 한글’ 사용자, 한컴 관련 중소기업, 벤처기업이 모여 ‘아래아 한글 살리기 운동본부’를 결성했다. 각계의 노력 끝에 한컴은 겨우 살아남았다.

 한글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집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글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로서의 가격보다는 프로그램에 탑재된 한글이라는 언어의 브랜드가 수 조원 이상의 가치를 가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아래아 한글’이 사라지는 대신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를 사용할 경우 추가되는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익으로 들어온다는 것. 수많은 ‘아래아 한글’ 사용자가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로 프로그램을 갈아탈 경우 사용자의 혼동과 경제적 측면에서 이는 ‘밀레니엄급 대란’이다.

 ◇네티즌이 만들어 가야 한다=한글 인터넷과 한글 e메일 주소 확산은 네티즌의 몫이다. 사용하지 않는 언어는 죽기 마련이다. 쓰면 쓸수록 발전하고 힘이 강해지는 것이 언어다. 국어순화를 정책으로 조절하고 한글 애용을 학교에서 가르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n세대들에게는 인터넷이 대화의 창구이자 통로다. 평소 언어가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인터넷 언어의 순화와 한글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은 국어순화운동을 펼치기가 무색합니다. 일선 교육현장에서부터 외국어 학습에 치중하고 국어는 당연스레 소외받습니다. 그것도 학교 공부에 국한합니다. 한글은 전 국민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과목인데도 불구하고 으레 신경쓰지 않는 과목으로 생각합니다.”

 일산 모 중학교 ㄱ 교사의 푸념이다. 교사로서 한글에 대한 전인교육의 한계를 느낀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인터넷과 e메일에서 굳이 영어를 쓸 필요가 없음에도 자연스레 몸에 밴 것 같다”며 “한글 평생교육의 첫걸음으로 한글 인터넷과 한글 e메일 주소부터 쓰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실천이 점차 확산돼야 인터넷에 난무하는 국적불명의 채팅어와 각종 비어들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단법인 한국IT소년단을 이끌고 있는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도 “인터넷을 접하는 초기에 올바른 한글의 사용을 늘려야 인터넷 예절이 정착될 수 있다”며 “글로벌이니, 세계화니 하는 말에 현혹돼 인터넷 사용언어를 외국어로 한정 짓는 것 역시 인터넷 역작용”이라고 강조했다.

 지구촌 시대에 살면서 한글 애용을 강조하는 것이 ‘국수주의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글 애용은 ‘국수’에 앞서 ‘우리 것’을 지키고 사랑하는 실천이다. 올해로 한글 창제 558년을 맞는다. 한글의 최초 이름인 훈민정음은 ‘백성들이 사용하고자 해도 제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해 한글을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 뜻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글 인터넷이 뿌리 내리고, 한글 e메일 주소가 널리 사용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 아닌가 싶다.

 <특별취재팀>

 

 *한글e메일의 가치

 경제적 가치로 따진다면 한글 e메일은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노동부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을 법정 근무시간으로 환산할 경우 근로자 1초당 평균 임금은 2원 29전이다. 또 다른 조사통계를 보면 영문 e메일 주소를 입력하는 데 소요되는 평균 시간은 33초, 한글 e메일 주소를 입력하는 데 걸린 소요시간은 평균 3초로 나타났다. 이를 전 근로자에게 적용했을 경우 연간 6587억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e메일의 주소 입력 언어에 따라 비용절감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동전화 환경에서도 한글 사용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도 만만치 않다. 휴대전화 가입자수는 3300여만명을 훌쩍 넘는다. 무선에서 유선 인터넷으로 보내는 e메일의 경우 한글 e메일 주소 입력으로 1일 1인 60원의 통신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를 가입자수와 곱할 경우 연 7260억원의 통신비용 절감효과를 가져온다. 물론 단순 예상 수치다. 하지만 인터넷 대 한글의 경제적 효과를 느낄 수 있는 단적인 예로 한글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홍보 차원에서도 한글의 위력을 느낄 수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글 e메일 주소의 브랜드 홍보효과는 금전으로 환산하기 어렵지만 굳이 맞추어 본다면 연간 24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제품판매 촉진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간접 이익을 추산하기란 무리다. 하지만 시너지를 생각한다면 한글 e메일 주소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인터넷의 한글화는 정보격차 해소에도 큰 공헌을 한다. 한글 e메일은 사용의 편의성으로 계층간, 지역간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인터넷 사용자의 저변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민과 정부의 쉽고 빠른 커뮤니케이션으로 전자정부 구현의 길안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최:전자신문사

◆후원:문화관광부, 한글학회, 외솔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협찬:넷피아닷컴

◆특별취재팀:이경우차장(팀장), 조인혜기자, 이진호기자, 김유경기자, 조장은기자, 윤건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