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태그협회 출발부터 `삐걱`

 차세대 IT성장 산업의 하나인 전자태그(RFID)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설립한 한국 RFID협회가 출발 부터 ‘홍역’을 치르고 있다. 협회가 출범한 지 채 한 달도 안 돼 초대 회장이 중도하차하는가 하면 회원사가 지나치게 기술기반 업체에 치중돼 RFID 분야 대표단체라는 위상을 무색케 하고 있다는 안팎의 비난 여론 때문이다.

 협회는 먼저 회장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월 공식 출범했지만 총회를 거쳐 공식 선임된 회장인 표문수 SK텔레콤 사장이 갑작스럽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불가피하게 새로운 회장을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후임 대표인 김신배 사장이 당연히 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정작 SK텔레콤 측은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협회 관계자의 속만 태우고 있다.

 후임 김 사장이 맡아도 당분간의 사업 공백은 불가피하다. 새로운 회장이 선임된 만큼 임시총회나 최소한 서면결의를 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이 기간만큼은 협회 일정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장 자리를 맡은 지 몇 주 만에 표 사장이 물러나게 돼 당혹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SK텔레콤이 초대 회장사로 돼 있는 만큼 불가피한 경우가 아닌 이상 차기 SK텔레콤의 대표를 새로운 회장으로 추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사의 면면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우선은 협회 규모를 늘리기 위해 회원사를 불리는 쪽에만 힘쓰다 보니 지나치게 시스템·솔루션 업체 중심으로 획일적으로 구성돼 있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협회는 회장사인 SK텔레콤 외에도 60여개사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인터넷정보센터, 한국건설기술원 등 연구기관과 SK C&C, 한국후지쯔, 삼성전기, 삼성전자, 삼성테스코, LG히다찌, 팬택&큐리텔, R&BD, CJ시스템즈, 신세계I&C 등이 회원가입 절차를 마친 상태다.

 하지만 삼성테스코 등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칩이나 시스템통합(SI)·솔루션 등 기술기반 업체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실제 각 분야, 산업계에 필요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IT기업을 중심으로 한 단체나 협회가 많아 골칫거린데 단순히 문패만 바꾸고 회원사는 그대로라면 RFID협회의 위상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RFID산업 활성화의 핵심인 탄탄한 응용 비즈니스 모델을 위해서는 제조·국방·물류·유통·식품 등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회원사를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RFID 분야가 선도산업인 만큼 당분간은 협회가 정통부·산자부·과기부·건교부 등 부처끼리의 서로 다른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를 위한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는 점도 협회 활성화를 위한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한국 RFID협회는 지난 2월 표문수 SK텔레콤 사장을 회장으로, 권재석 신세계I&C 사장, 김일환 고속도로정보통신 대표, 송관호 한국인터넷정보센터 원장, 이승한 삼성테스코 대표, 유한용 삼성종합기술원 전무, 임주환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정흥균 CJ시스템즈 대표 등을 주요 임원으로 공식 출범했다. 또 지난달 말 서울 삼성동에 협회 사무실을 개소하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