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연구개발(R&D) 분야에 관한 한 올해는 LG화학 기술연구원 여종기 원장(58)의 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올해 초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이 주관하는 국내 최고기술책임자(CTO) 모임인 ‘CTO 클럽’의 대표 간사로 선임된 데 이어 지난 9일에는 국내 공학 기술인들의 노벨상으로 일컬어지는 ‘한국공학한림원’ 대상까지 받았다.
“공학인으로서 매우 영예로운 상을 받았습니다.기업에서 묵묵히 연구개발을 해 온 과학기술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수년간 과학기술 혁신이 중요해지면서 각 기업에서도 기술 경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그동안 기술을 통한 사업 변신의 성공 사례로 주목 받아온 LG화학 기술연구원의 이번 수상을 계기로 여 원장의 기술경영 철학이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업의 구조조정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기업의 사업 고도화를 기술 혁신을 통해 이루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입니다. 이를 위해선 기업들이 R&D 역량을 집중하고 연구원들이 세계 일류 제품을 개발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기업의 핵심 연구소는 R&D 성과를 사업에 접목시켜서 최소한 5년마다 새로운 사업부를 창출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과학기술인과 공학인의 위상, 그리고 연구개발 환경의 변화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곳이 바로 기업연구소인 만큼 여종기 원장의 말은 설득력을 갖는다. 그는 기업의 R&D센터를 매일매일 세계적 기업들과 싸워야 하는 존재로 비유하면서 무엇보다도 R&D분야에서 결실을 맺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R&D 분야의 경우 투자 대비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는 기업 연구소에도 마찬가지입니다.연구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재편해야 한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형성돼야 합니다.”
LG화학은 최근 석유화학 및 산업재에서 2차전지와 정보전자소재를 집중 육성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바이오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LG화학 기술연구소는 회사 변화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LG화학에서 ‘화학’이란 말을 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2차전지와 정보전자소재는 단지 1차 전략 사업일 뿐입니다. 미래에는 화학에 국한하지 않고 과학기술과 화학과의 융합,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독자 개발을 통해 과학기술 전문 회사로 인식되도록 할 것입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후 KIST 연구원과 미국 르하이(Lehigh)대 공학박사를 거쳐 81년 럭키중앙연구소로 입사한 여종기 원장은 이후 줄곧 LG를 떠나지 않은 LG맨이다. 지난 2001년부터 지금까지 LG화학 CTO 겸 기술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사진=정동수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