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간 무역분쟁 조짐

중국 독자 무선랜 표준 적용 추진

 인텔이 오는 6월로 예정된 중국정부의 독자 무선랜 표준적용을 지킬 수 없어 센트리노칩의 중국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이 11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독자 무선랜 표준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간 무역분쟁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인텔의 대변인은 “중국이 외국기업들에게 요구하는 무선랜 암호표준을 지킬 해결책이 없다”면서 중국이 자체 표준을 고수한다면 작년부터 중국에서 판매한 센트리노칩의 공급을 오는 5월부터 중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브로드콤도 같은 이유로 중국내 와이파이칩의 판매를 중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산 무선노트북과 휴대폰, 페이저 등의 대중국 수출에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신문은 미국의 간판기업들이 중국내 반도체칩의 판매중지를 시사한 것은 중국정부의 규제에 대한 미국기업들의 공식적인 첫번째 반응이며 본격적인 통상마찰의 신호라고 우려했다.

 지난주 콜린 파월 국무장관, 도널드 에번스 미상무장관, 로버트 졸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은 중국 우이(吳儀) 부총리에게 보낸 공식 서한에서 “중국정부가 외국기업들에게 합작 또는 기술이전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 146개 WTO가입국 중에서 중국만이 독자 무선랜 규격을 고집하는 것은 자유무역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미국 경제계도 맹공에 나섰다.

 이에 중국정부는 예상보다 미국정부와 기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자 무선랜 표준의 적용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기술표준국의 책임자는 “무선랜 표준법령은 연기된다는 루머에 불과하다”고 부인하면서 강행의지를 밝혔다.

 한편 중국은 지난해 12월 독자적인 WLAN 암호화 표준을 마련, 중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무선랜 제품에 의무화하고 관련기술의 배포권을 일부 중국업체에 독점시켜 터무니없는 무역장벽이란 비난을 받아왔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