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는 황사주의보가 발령된 11일 공조시설 등 생산라인을 재점검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면서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생산라인의 공기청정도에 특히 예민한 반도체·부품업계를 비롯해 대부분의 산업현장에서는 준비된 대책들에 힘입어 정상적인 생산 활동에 임했다.
삼성전자는 황사주의보가 발령되자 곧바로 생산공장에 비상대책을 시달했다. 우선 기존에 사용했던 여닫이문의 사용을 금지하고 회전문만을 사용하도록 하는 한편 청정필터 등에 대한 긴급점검에도 나섰다.
그러나 기계장치를 통해 청정룸의 청정밀도를 높이는 것은 작업자들의 피로도를 높여주기 때문에 이 방법은 사용하지 않았다.
LG필립스LCD도 황사주의보가 발령됨에 따라 기본적으로 작업자들이 청결도 유지에 신경을 쓰도록 주지하는 한편, 실제로 라인에 들어가기 전에 에어샤워를 충분히 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체크했다. 또 황사가 더욱 심해질 것에 대비해 장비반입구를 통한 설비 반입 시기를 조정한다는 기본적인 방침을 하달한 상태다.
하이닉스반도체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공장 전반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실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반도체 팹은 천장 부문만 해도 0.1㎛의 먼지까지 걸러내기 때문에 굵은 황사가 내부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혹시 문제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부아남반도체는 황사로 인해 공조기 필터 교체 시기가 짧아질 것으로 보고, 지난주 교체용 예비 필터의 물량을 확대 구매하는 등 만전을 기해 놓은 상태다. 이 회사는 공조기 필터를 대개 2주에 한번 정도 교체하지만 황사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장비업체인 에스티아이(사장 노승민)도 사내 ‘황사매뉴얼’에 따라 행동하는 하루를 보냈다. 이 회사 김영범 부장은 “봄에는 기본적으로 생산라인을 황사에 대비하는 시스템으로 가져간다”며 “이번 황사에도 매뉴얼에 따라 생산라인을 단속해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도체 클린룸 전문업체 신성이엔지 이상권 과장은 “10일 저녁 현재까지 반도체업체로부터 황사로 인한 공조시설 피해 신고는 아직 없었다”며 “심한 황사가 이례적으로 계속되면 공필터가 막히는 등의 피해가 있을 수 있어 준비는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삼성코닝은 에어샤워룸과 먼지이동 차단막 등을 설치해 황사유입 자체를 막는 조치를 취했고, 삼성전기도 각 지역사업장에 황사경계를 지시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반도체생산라인 24시
하이닉스반도체 생산공장의 설비분야를 총괄하는 권순달 설비기술담당 부장(46)은 11일 새벽 전사차원의 황사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인트라넷을 통해 발령된 황사경계경보로 이천과 청주공장 직원들은 아침부터 분주한 하루를 시작했다.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향정동 1번지 하이닉스반도체 청주공장 M8 라인. 하이닉스반도체의 최첨단라인인 이 곳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날 황사는 하이닉스가 마련해 놓은 강도 0(시정이 다소 혼탁), 강도 1(하늘이 혼탁하고 황색먼지가 물체표면에 약간 쌓이는 정도), 강도 2(하늘이 황갈색으로 되어 빛을 약화시키며 황색먼지가 쌓임) 중 강도 2.
권 부장은 즉시 제조팀에 현관문 통제를 지시했다. 현관문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게 하고 문 개폐도 외부 문과 내부 문이 서로 어긋나게 열리도록 조치함으로써 황사의 유입을 최소화했다. 물론 인트라넷을 통해 경계경보를 받은 직원들이 이미 건물내 창문을 모두 닫고 두꺼운 천으로 밀폐한 상태다.
공장장은 이후 즉시 크린 룸 점검에 나섰다. 우선 크린 룸 입실시 에어샤워타임을 기존 정해진 시간의 두 배로 높여 미세먼지 제거를 강화했다. 또 크린 룸 환경을 전체적으로 점검해 이상이 없음을 최종 확인했다.
그리고 일상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직원들이 손을 씻고 방진복을 착용하는 것을 잊지 않도록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오후. 권 부장은 외기 오염을 분석한 데이터를 관련 팀으로부터 보고 받았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화를 통해 향후 대책을 간단히 논의했다. 별 위험이 없는 것으로 점검됨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외기오염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기로 하고, 기상청 일기예보 발령기준에 귀를 기울이며 저녁을 맞았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