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이후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메모리시장에서 최근 사재기가 잇따르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사재기현상은 주요 D램 업체들이 이달초 고정거래가격을 5∼10% 가량 인상한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수도 있지만 메모리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세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게 중론이다.
그동안 각종 분석기관과 전문가들은 올해 D램시장이 반도체업체들의 플래시메모리 증산과 미세공정화에 따른 공급확대 차질 및 세계적인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증가를 점쳤지만 시점이 언제인가가 최대 관심사였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테크·위디츠 등 국내 반도체 유통업계는 최근 메모리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공급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가 고정거래가에 이어 대리점 출하가도 인상했다”며 “시장가격 상승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메모리유통업체 관계자는 “메모리 가격 상승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이저의 공급물량보다 국내외 PC제조사들의 주문량이 많아지면서 초래되고 있다”며 “PC업체들이 고정거래 물량을 늘리는 추세인데도 오히려 시장에서 메모리를 구입해가는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도 최근 최근 DDR D램 가격 상승세가 예상됨에 따라 주요 PC업체들이 D램 사재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또 5년 만에 PC교체주기가 도래, PC주문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남형 아이서플라이 애널리스트는 “최근 PC제조업체들이 가격 상승에 대비해 DDR D램을 미리 사재기하는 한편, 현물시장에선 유통업자들이 DDR D램보다 상대적으로 더 저렴한 SD램 재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테크 배윤탁 이사는 “일반적으로 신학기가 끝나면 D램 가격이 하락하는데 이번처럼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라면서도 “작년 하반기에 너무 많이 빠져서 상대적으로 반등하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물가격이 고정거래가격을 상향 돌파하는 골든크로스가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D램 사재기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번 현상은 경기회복, 수요부족, 일부 D램업체들의 미세공정화 차질 등과 맞물려 있어 지속적인 가격상승으로 이어질수 있다 ”고 밝혔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