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한때 혼란에 빠졌던 국내 경제는 주식시장·환율·금리 등 3대지표와 유통 부문이 빠르게 회복세와 함께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탄핵정국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인식 공감대가 있었고, 이헌재 경제부총리 등 금융당국이 주말을 통해 발빠른 대처를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통가는 탄핵 생중계와 뉴스가 이어진 12일 온라인 쇼핑이 직격탄을 맞았으나 빠르게 정상을 회복했다. 전자전문점도 매출이 늘어났다. 인터넷쇼핑은 매출이 다소 줄었으나 미미한 수준이었다. 할인점·백화점은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
◇증시는 코스닥, 거래소 모두 증가=15일 국내 주식시장은 거래소와 코스닥 모두 오름세를 나타냈다. 전주말 증시 폭락으로 충격이 이미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인식에다 전주말 미 나스닥의 급등(2.10% 상승)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급등했던 원·달러환율도 안정을 되찾았다. 환율은 3원 이상 하락, 1170원대로 복귀했다. 정부가 이상 징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데다 무디스와 S&P 등에서 탄핵 직후 국내 신용등급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아 환율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밖에 이날 국채·회사채 등의 금리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움직임도 조용한 편이었다. 외국인들은 이날 460억원 규모를 순매도했지만 큰 의미를 부여할 만큼 대규모는 아니었다.
대표적 외국증권사인 골드먼삭스는 “탄핵 정국과 무관하게 주가 1000포인트를 향한 행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이치증권도 “한국 주가가 추가하락할 경우 좋은 매수기회가 된다”고 진단했다.
◇유통가도 되살아나=평온을 회복하면서 국민은 쇼핑 등 일상생활에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되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본지가 국내 주요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긴급 조사한 ‘탄핵안 가결후 일자별 매출 변동’에 따르면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12일 당일에만 다소 매출감소가 일어났을 뿐, 이후 오히려 유통채널에 따라 매출이 늘어났다.
탄핵사태 영향의 최대 피해자는 단연 TV홈쇼핑 업계. 12일 오전부터 3개 공중파 방송사가 모두 탄핵소추안 통과 여부를 국회 생중계로 내보내면서 매출이 20∼30% 추락했다. LG홈쇼핑과 CJ홈쇼핑은 탄핵안 가결이 확정되던 순간인 오전 11∼12시대의 매출이 평소보다 20∼30%나 떨어졌다. 그러나 LG홈쇼핑 관계자는 “12일 오후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 가전·의류·가정용품 등 모든 상품이 골고루 판매되는 등 정상상태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전자 전문점들 역시 당일을 제외하곤 주말 판매성적은 오히려 전주보다 양호했다. 12일 전날보다 6% 감소했던 하이마트의 주말 매출은 전주 대비 5% 증가했다. 김동진 하이마트 과장은 “당일 매출 감소는 주초보다 주말에 접어들면 판매량이 다소 빠지는 일반적 현상”이라며 ‘특이사항 없음’을 강조했다.
전자랜드21도 당일 매출은 부산·대구 등 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10% 가량 감소한 반면, 주말에는 3%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인터넷 쇼핑몰업체인 인터파크는 당일과 주말 모두 매출이 줄었으나 미미한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주말 감소분의 경우는 화이트데이와 화창한 날씨 등의 영향으로 외출이 많아지면서 발생한 자연스런 현상일 뿐, 이번 탄핵사태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자체 분석이다.
건국대 남경두 교수(경상학부)는 “쇼핑 등 일상적 소비행위는 일반 국민의 가장 기초적인 경제 활동임과 동시에 그 사회의 정상도를 알아 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며 “이번 조사를 통해 우리 국민의 의식수준이 얼마나 견고한가를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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