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지난 2002년 1월29일 한글인터넷주소추진총연합회가 출범하여 인터넷 한글화의 선도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정보화시대를 맞아 우리주변에 급속히 퍼져 나가는 인터넷에서 영어 일변도로 구성된 주소(영문 도메인)를 한글로 적는 일은 우리나라를 정보강대국으로 만드는 지름길입니다.”-한글인터넷주소추진총연합회 발기문.
한글인터넷주소추진총연합회(상임대표 서정수·한추위)가 지난 2002년 1월 첫발을 내디딘 후 국내 한글 관련 단체들의 인터넷 이용 문화도 크게 바뀌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가 예전에 누리집(홈페이지)을 만들어 쓰더라도 ‘문패’라 할 수 있는 주소는 영문으로 밖에 쓸 수 없던 것이 이젠 거의 대부분 한글로 된 문패를 갖게 됐다는 점이다.
이 연합회에 소속된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한글문화연대, 한글학회, 배달말학회, 외솔회 등 49개 단체중 누리집이 있는 모든 단체들이 자신들의 한글로 된 단체이름을 곧 인터넷주소로 쓰게 된 것이다. 예컨대 한추회 회원단체로 ‘누리그물한말글모임’이란 곳이 있는데, 이곳의 누리집으로 들어가려면 한글주소 이전엔 ‘http://www.hanmalgeul.org’라고 쳐야했다. 물론 영어 자모가 발음나는데로 읽으면 ‘한말글’이 되지만 그 자모순서를 제 순서대로 써넣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설령 ‘한말글’의 영어자모 순서를 옳게 적었더라도 그 다음에 붙는 것이 닷넷(.net)인지, 닷컴(.com)인지, 닷오르그(.org)인지 헷갈리기 일쑤였다. 한글의 아름다움과 과학성을 널리 알리고, 바르게 쓰게 하도록 만든 단체로서는 그 단체 누리집을 찾는 사람들에게 애꿎은 고생을 시킨 셈이다.
그랬던 누리그물한말글모임이 이제 인터넷 어디서나 단 한자의 영어도 필요없이 ‘누리그물한말글모임’이라고만 치면 곧바로 누리집에 연결되도록 변한 것이다. 한글 관련 단체들이 한글 인터넷주소 확산을 위해 ‘씨알’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원칙은 인터넷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미국이지만, 그것을 잘 활용하고 누구나 편하게 쓰게끔 하는 것은 우리의 자발적 의지로 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전세계 문자,언어 발명역사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꼽히는 한글을 인터넷에 접목시키는 노력은 우리 민족이 선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주장이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창제하면서 “백성들이 쉽게 배워 편안하게 하고자할 따름이다”라고 그 취지를 역설했다.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생활의 일부가 되고, 모든 일상이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변화를 겪었지만 인터넷도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데’ 귀속되지 않으면 그 효용이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한글 관련 단체들의 한글주소 보급운동은 그 자체가 범국민적인 한글운동이면서, 인터넷을 쓰기 쉽고 간편하게 만들어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의 개념에 근간을 둔 기술진보 운동이다.
한글 인터넷주소 보급운동에 더욱 속도를 더하기 위해서는 한글 단체들의 한글인터넷주소 활용도가 지금보다는 훨씬 더 풍부해져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한추회에 소속된 49개 단체중 번듯한 누리집을 갖고 있는 곳은 불과 10개 안팎에 불과하다. 대부분 인터넷업체가 제공하는 개인누리집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숫제 누리집을 만들어 운영하지도 못할 정도로 영세한 단체들이 많다. 이런 부실한 기초를 갖고는 범국민적인 한글주소 운동을 이끌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우선 개별 단체들이 자신만의 누리집을 가져야만 ‘1개 단체, 1개 이상 한글인터넷주소 갖기’도 실효성을 갖는 운동이 된다.
또 인터넷 주소창에 한글인터넷주소를 치면 해당 누리집으로 연결되지 않고 특정업체의 검색사이트로 연결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인터넷서비스업체(ISP) 환경이나, 개별 컴퓨터에 설치된 인터넷주소 관련 플러그인 프로그램의 충돌로 인한 서비스 불안정 현상이다.
인터넷 이용자들이 누구나 불편을 겪지 않고, 빠르고 쉽게 찾고자하는 누리집으로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ISP들과 인터넷주소업체, 관련 기관, 단체들이 공동으로 풀어야할 숙제이다.
한글 관련 단체들이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이 ‘한글 e메일 갖기 운동’이다. 사실 한글인터넷주소가 단체나 기업, 기관 등 공공의 목적성에서 그 필요성이 나온다면 한글 e메일은 그야말로 인터넷의 저변을 ‘한글화’하는 획기적인 조치중 하나다.
아무리 기업과 단체, 정부부처, 학교, 연구소, 지방자치단체 등이 널리 한글인터넷주소를 쓰더라도 궁극적으로는 국민 개개인이 한글로된 e메일을 갖고, 쓰는 것 만큼 효과가 폭발적일 수는 없다.
한추회도 올해 주력사업 목표를 ‘한글 e메일 갖기’로 설정했다. 한추회 소속 한글단체를 통해서도 한글인터넷주소의 도입 필요성과 활용도는 어느 정도 전파됐다고 판단, 일반 개인 대상의 한글 e메일 보급 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한글이름@메일’로 구성된 한글 e메일을 인터넷 이용자 모두가 갖고 쓰게 되면 인터넷 한글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이를 위해 한글로 된 개인이름이 중복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름 2∼4자 앞에 자신만의 고유 ‘인터넷 아명’을 추가적으로 붙이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홍길동’이란 이름은 같은 이름의 숫자가 많지만, 그 앞에 자신만의 인터넷 아명 ‘의적’을 붙이면 충분히 구분할 수 있고, 선택폭도 넓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추회는 창립후 지금까지 인터넷주소 보급에 집중해왔던 역량을 앞으로 ‘한글 e메일’ 보급에 쏟아 부을 계획이다. 이 또한 누구나 평균 매일 1통 이상씩 주고 받고 있는 e메일을 ‘편안하고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들자’는 한글 창제의 목적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특별취재팀>
<인터뷰>한글인터넷주소추진총연합회 서정수 상임대표(한양대명예교수)
“아무리 좋은 약도 쓰지 않으면 통하지 않듯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인터넷이 영어로만 움직이라는 규칙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어떤 언어보다 우수한 한글을 가진 민족이 무조건 끌려가서 되겠습니까.”
원로 국어학자이자, 최근 2년간 인터넷 한글화의 대부로 활동해온 서정수 한글인터넷주소추진총연합회 상임대표는 여전히 청년 같은 기백이 살아있었다. 인터넷에 한글 주소와 e메일을 널리 사용토록 하자는 주장에 있어서는 10대의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인터넷 한글화의 목적은 크게 3가지입니다. 우선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살리는 길입니다. 언어적,문화적으로 하등 뒤쳐질 것이 없는 우리민족이 유독 인터넷에서 영어문화권을 뒤쫓아가는 행태를 버려야합니다. 또 편의성에서 한글은 영어를 훨씬 능가합니다. 영어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한국인도 인터넷에선 자유로워야합니다. 마지막으로 범민족적인 화합과 교류의 역할에서도 한글화가 합당합니다. 인터넷을 통일시대에 대비하는 통로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글화가 절실합니다.”
서 대표는 자신의 전 생애를 바쳐 이뤄야할 마지막 사회적 목표를 ‘한글 e메일 보급’에 걸고 있다. 누구나 갖고 있는 e메일을 한글화하는 것이 인터넷 한글화의 종착역이라는 신념 때문이다.
“e메일을 보급하는 기관과 다음,NHN,지식발전소 등 민간업체들이 한글 e메일을 공통으로 쓸 수있도록 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서로 아귀다툼을 벌일 것이 아니라 국민 누구나에게 한글 e메일을 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역할이 시급합니다. 그래야만 우리의 인터넷문화도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습니다.”
서대표는 몇 년전부터 한글 e메일을 보급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한다는 뜻에서 ‘아람서정수@메일’이라는 개인 e메일을 쓰고 있다. 그는 또 인터넷 한글화라는 공익적 사업이 특정 사기업과 결탁돼 움직인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분명한 선을 그었다.
“좋은 일에 역량을 모으면서 그 대상자를 특정 기업이나, 기관, 단체들로 한정할 수는 없습니다. 사욕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면 기업이 됐든, 정부가 됐든, 개인이 됐든 누구나 인터넷한글화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기업과 한글운동이 동떨어져 있어야한다는 뒤떨어진 선비사상은 하루빨리 버려야합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미니캠페인]<1>인터넷용어 이렇게 바꾸면 어때요?
‘앳’이라고 발음되는 @가 골뱅이로 바꿔 불려진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서이다. 누구나 기억하기 쉽고 부르기 쉬운 한글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쓰고 있는 ‘홈페이지(Homepage)’도 ‘누리집’이라는 우리말로 부를 수 있다. 웹(Web)의 뜻을 가진 누리와 홈(Home)을 뜻하는 집이 합쳐진 것이다. ‘홈피’처럼 바르지도 않으면서 우리말도 아닌 명칭을 쓰는 것보다 누리집이라는 우리말이 훨씬 더 정감있고, 뜻 전달이 빠르다. 개인 누리집 1000만개 시대에 우리말로 된 예쁜 명칭이 있는데, 굳이 홈페이지를 고집할 이유는 없을 듯하다.
<특별취재팀> 이경우차장(팀장), 조인혜기자, 이진호기자, 김유경기자, 조장은기자, 윤건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