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6일로 지사 설립 30주년을 맞은 한국후지쯔에는 국내 진출한 외국계 IT기업 지사와 다른 역사가 기록됐다. 한국 지사장 출신이 일본 본사의 등재임원으로 발탁, 변화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본사 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안경수 한국후지쯔 회장이다.
본사 경영집행역으로 해외비즈니스(글로벌 비즈니스 추진본부) 조직을 이끌고 있는 안 회장은 지난 연말부터 SS(SW·서비스)추진본부 부본부장 겸직 발령을 받았다. 한국계 ‘외인구단’의 활약이 본사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후지쯔 본사는 지난 3년간 뼈를 깍는 변화를 추진했고, 올해부터는 새롭게 정비된 모습으로 바뀔 것입니다.”
4월로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후지쯔 본사는 안 회장의 말처럼 ‘새로운 기운’이 흐르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현지화’. 한국후지쯔에게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중국·대만 등 13개 아태 지역의 후지쯔 지사는 그야말로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특히 중국과 대만은 지난해까지 일본인 사장 체제로 가동되던 지사가 4월부터 현지 사장 체제로 바뀐다. 물론 한국 지사의 ‘성공담’을 토대로 한 안 회장의 제안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공교롭게 2바이트권인 한국·중국·대만이 신임 사장 체제로 새로운 회계연도에서 평가받게 됐죠. 3국을 2바이트권으로 묶을 지, 한국을 독립시킬 지는 아직 결론이 안났지만 본사에서는 세 지사의 성과와 변화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안 회장의 또 다른 역할은 지난 연말부터 겸직하게 된 SS추진본부 부본부장으로서 본사가 갖고 있는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노하우를 타 지사로 어떻게 전파하느냐다. 안 회장은 “일본에서만 17만개 고객사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해외 지사에서는 노하우를 전혀 취득하지 못하고 있어 이를 시스템화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제안했다”고 말한다.
이미 플랫폼 기반의 SI사로 비전을 세운 한국후지쯔가 이같은 정책이 실현되는 시험대가 될 것은 물론이다. 한국후지쯔는 SS사업을 강화하는 이같은 본사 기조에 맞춰 영업·플랫폼·SS그룹 등으로 조직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대만 지사 회장을 겸직하며 본사에 의견을 개진할 때와는 또 다른 책임감을 느낀다는 안 회장은 “제품 자체의 경쟁력에 얽매이는 제조사의 틀을 벗어 서비스 기업으로 마인드를 바꾸는 글로벌 기업에 대해 한 수 배운다”고 말한다. 글로벌 선진 기업의 경영진으로서 안 회장이 국내 대기업에게 던지는 쓴소리이기도 하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