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 내년 예산 확보 총력전

 정부가 내년부터 예산편성에 총액 배분 및 부처 자율편성 방식(사전재원배분제도)을 적용키로 하면서 부처마다 예산을 더욱 많이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등 IT 관련 정부부처들은 예산편성 결과에 따라 일부 기능까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산하기관까지 동원해 다른 부처를 설득시킬 수 있는 사업 제시와 비전 마련에 골몰했다.

 ‘사전재원배분제도’란 부처별, 분야별 지출 한도를 미리 정해놓는 새로운 예산편성 지침이다. 국가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부처별 전문성과 자율성도 확보할 수 있다. 깎일 것을 예상한 과다한 예산 요구, 정보 왜곡 등 재정 당국과 각 부처간의 비합리적 관행과 사후 평가 미흡 등의 문제점도 걸러낼 전망이다.

 정부는 이 지침에 따라 다음달 말까지 부처별 지출 한도를 결정한다.

 ◇과기부=과학기술부는 자체적인 예산심의위원회와 예산자문위원회 구성을 추진중이다. 실·국 예산담당자들을 중심으로 내년 사업에 대한 심층 분석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성과관리방식에 의한 예산편성체제를 갖추기 위해 시범적으로 ‘특정연구개발사업’의 성과 목표와 평가지표를 개발, 적용할 방침이다. 특정연구개발사업은 올해 나노, 바이오를 중심으로 17개 과제에 440억원을 투입하며 차세대 성장동력 8개 과제도 포괄했다.

 과기부는 또 정부업무평가 규정의 개정을 추진해 주요 정책과제에 대한 평가체제를 혁신, 향후 부총리급 부처로서 관장할 ‘국가연구개발 종합조정체제 혁신작업’의 기반으로 삼을 계획이다.

 과기부는 이밖에 주요 정책비전인 △사이언스코리아국민운동(과학문화확산정책)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국정목표) △창의적인 과학기술인재 양성(이공계특별지원) △원자력기술의 안전한 이용과 개발 △업무혁신 등에 부합하는 주요 과제의 예산편성방식을 개선할 방침이다. 세부적으론 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 나노기술개발사업, 벤처기업 연구개발자금 지원, 이공계 핵심인력 양성을 위한 특별대책, 동북아 연구개발 허브 구축 등을 추진중이다.

 ◇산자부=산자부는 △국가균형발전 △차세대 성장동력 △외국인 투자유치·수출 등 3개 테마를 중심으로 내년 예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부내 협의를 강화키로 했다.

 산자부는 ‘국가균형발전’과 관련해 특별법과 시행규칙 마련에 착수하는 등 지역산업 발전에 초점을 맞춰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중이다.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은 예산 확보를 위한 산자부의 주요 화두다.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중의 경중을 따져 예산 확보에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를 구성할 계획이다.

 산자부는 또 해외에 우리 기업이나 기술을 제대로 알리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예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부처 성격 변화에 따른 예산 편성의 조정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산자부는 과기부·정통부와의 업무 조정과 관련해 연구개발(R&D) 관련 업무가 기획 위주로 바뀐다고 보고, 이 분야의 추가 증액을 예상했다.

 ◇정통부=정통부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한국전산원, 정보보호진흥원 등 산하단체와 특별팀을 꾸려 신성장 동력에 대한 비전과 미션, 전망 등을 만들고 있다. 신규와 계속 사업을 나눠 예산 확보 전략을 짜고 있다. 지난 2월말 기존 사업을 중심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계속사업과 신규사업 내역을 내놓았으며 현재 보완작업중이다. 특히 기획관리실을 중심으로 신성장동력과 IT연구개발(R&D) 관련 신규사업 발굴에 주력했다.

 정통부는 부처 특성에 맞게 브로드밴드컨버전스네트워크(BcN)구축, 통신망고도화, IT신기술표준화(ITA), 공공기관 정보화 등의 사업 예산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계속사업 가운데 상암동 등지에 IT콤플렉스를 조성하는 사업과 IT설비투자 확대를 위한 지원, 융자 지원사업, 초고속공중망 구축 지원, 홈네트워크 시범사업을 포함한 인프라 구축 등에 초점을 뒀다.

 ◇문화부=문화관광부는 별도의 태스크포스를 운영하지는 않는다.그렇지만 실무과장을 포함한 실·국장 회의를 통해 기존사업을 재평가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불필요한 사업을 과감히 중단하는 대신 신규사업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지역 문화 클러스터 사업의 집중과 문화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에 역점을 둬 해당 예산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에 디지털콘텐츠가 선정된 것과 관련, 향후 이 산업에 집중투자·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았다. 특히 올해 문화산업관련 예산이 삭감된 것을 내년에 집중 만회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 지난해 세계 5대 문화산업 강국으로 거듭난다는 문화산업 중장기계획을 청와대에 보고한 후 실질적으로 예산이 삭감된 문화부로서는 이번 사전재원배분제도가 재원 마련의 큰 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치열한 논리 싸움 벌어질 듯, 부작용 최소화 과제=앞으로 예산편성 결과에 따라 부처의 기능 일부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한 부처의 기획예산담당관은 “넓게 멀리 보고 전략적으로 배분해 확실히 효율성은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자율에 따른 책임이 커져 (예산 편성이)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원하는 만큼 예산 총액을 늘리기 위해선 기획예산처는 물론 다른 경쟁부처를 설득시킬 수 있는 논리를 갖춰야 한다. 또 다른 부처의 관계자는 “결국 머리싸움에서 결판이 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부처간의 예산 따기 경쟁을 막기 위해선 관련 부처간 긴밀한 사전 협의는 물론 부총리급으로 격상된 과기부 장관과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조정이 훨씬 절실해졌다.

 이와 별개로 부처마다 예산을 많이 확보해야 할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상대적으로 꼭 필요하나 덜 가시적인 업무 분야가 소외될 가능성도 있다. 심지어 정부가 전략적으로 집중 육성해야 할 산업인데도 여러 부처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거나 견제가 심할 경우 되레 관련 예산이 삭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