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 민·관 합동 추진위원회와 한국 유통정보센터는 18일 바코드를 대체하고 차세대 유통정보화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EPC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 로드맵은 다국적 유통·제조업체들의 협의기구인 GCI에서 발간한 ‘GCI EPC 로드맵’을 기초로 한 것으로, EPC 네트워크의 개념과 도입시 창출될 이익 및 관련 기반기술을 비롯하여 기업의 EPC 도입 각 단계에서의 추진과제와 업계의 지원과제 등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번 로드맵 공개로 그동안 RFID 기술을 이용해 산업별, 업체별로 진행돼 온 유통정보화에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EPC란=전자제품코드를 뜻한다. 마치 자동차가 고유 등록 번호를 가지고 있듯 미래에 생산되는 모든 제품에 EPC가 탑재된다. 고유 일련 번호를 기반으로 한 EPC 네트워크를 통해 공급체인 안에서 이동중인 모든 개별 상품을 추적할 수 있다. ‘차세대 바코드’로 불리고 있지만, 단순한 ‘바코드’ 기능을 훨씬 뛰어넘는다. EPC는 오토 ID 센터가 개발한 코딩 방식으로 개별 상품을 식별할 수 있으며, 그 대상은 일반 상품· 케이스· 팔레트· 물류자산 등 사실상 거의 모든 품목을 지원한다. 기존의 바코드 코딩 시스템처럼 종이 라벨에 인쇄하는 대신 코드가 무선 식별이 가능한 전자태그에 기록돼 개별 상품의 현 위치와 이동 경로를 공급체인 어느 곳에서든 확인할 수 있다.
◇EPC 코드 체계=EPC 코드는 크게 4개의 핵심 요소로서 구성된다. ‘EPC 헤더’는 번호, 형식, 버전, 다음 부분을 포함한 EPC의 전체 길이를 나타낸다. ‘EPC 매니저’는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상품 코드와 일련 번호의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기업을 표시한다. ‘상품 분류 번호’는 품목, 즉 재고 보관 단위(SKU) 또는 고객 단위를 나타낸다. ‘일련 번호’는 품목 내에서의 개별 제품의 고유 번호를 표시한다.
◇구현 현황=EPC RFID 시스템은 주로 공공 업무 분야에서 활용중이다. 자동차 통행료 자동 지불 시스템과 박물관의 전시 상품 보호를 비롯한 미군의 군수 물자 보급과 항공사의 위탁 화물 추적조회에도 이 기술이 사용중이다. 또 신용 카드 대체 기능과 보안 지역의 출입 통제용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DHL은 연간 약 1억6000만개에 달하는 화물의 추적 조회를 위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RFID 시스템을 운용할 계획이다. 중국에서도 45개 도시에서 공공 교통 요금 지불 수단으로서 RFID를 사용하며 싱가포르를 포함한 여러 곳에서도 공공 도서관의 도서 대출과 도난 방지에 이를 활용하고 있다. 이밖에 로드맵에는 기업 입장에서 EPC를 도입할 경우 어떤 이익이 있는가, 예상되는 문제점, 기업의 단계별 추진 계획 등을 담고 있다.
◇코드 체계 통합이 과제=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전체 소매 상품에는 EAN-8과 EAN-13 바코드를, 미국과 캐나다는 12자리의 UPC 코드를 사용하고 있다. 다행히 UCC는 오는 2005년 1월 1일부터 미국 내 모든 기업들은 판매대에서 UPC뿐만 아니라 EAN-8과 EAN-13 바코드도 판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치를 발표해 호환성 확보에는 진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 EAN·UCC 코드 체계 표준 중에서도 다른 몇 종류가 더 있다. EAN·UCC-128과 SSCC 등 물류 단위를 표시하는 18자리 숫자의 바코드, 그리고 맥주 통이나 상자를 추적하는 데 사용되는 회수 자산 식별 코드 등이그것이다. 이러한 코드들을 EPC에 통합하거나 병행하여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의 개발이 필요하다.
◇최대의 관건은 무선 주파수 대역=RFID 시스템은 국가별, 지역별 무선 통신 주파수 대역 중에서 비점유 주파수대를 사용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RFID용으로 사용 가능한 주파수 대역이 국제적으로 단일화되지 못하였으며, 이 점이 EPC/RFID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무선 주파수 통신에 대한 규정은 국가별로 상이하며 관리기구도 각각 다르다. 미국은 태그의 주파수 대역 사용 범위는 902∼915MHz로서 선택폭이 넓고 판독 가능 거리가 길다. 반면 유럽에서는 제한이 많다. 미국의 자유 주파수 대역이 유럽에서는 이동전화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그 아래 대역인 865∼868MHz는 의료용으로 사용이 제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판독 성능은 출력 수준과 관계가 있다. 이 때문에 무선 주파수 대역 확보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출력을 0.5W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평균 출력 측정 방법은 유럽과 다르다. 머지 않은 장래에 유럽에서도 출력을 2W로 높일 것이라 예상되는데, 이는 미국의 4W와 대략 유사한 수준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