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등 인터넷 매체물 심의기관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위원장 박영식)의 심의활동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근 심의활동에서 논란이 될 만한 2가지 사건이 동시에 전개되고 있기 있기 때문이다.
사건 하나는 윤리위가 최근 엔씨소프트의 온라인게임 ‘리니지2’에 대한 청소년 유해 매체물 결정을 위한 조사를 끝마치고 내달 전문위원회의 최종 결정만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지난해 초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을 받았던 아이템베이가 제기했던 ‘아이템베이 청소년 유해 매체물 결정 취소’ 소송에서 패소,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두 사건 가운데 ‘리니지2’의 유해매체물 판정 방침은 그 파장이 이 제품에 국한되지 않고 온라인 업계 전체와 이용자들에 직접적으로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이템베이 소송 건 역시 아이템 거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선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리니지2’ 판정, 이중 규제 논란 가능성=우선 ‘리니지2’의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의 경우 이 사건을 계기로 또다시 정부의 이중 규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영상물등급위위원회에서 한차례 사전심의를 받은 후 윤리위에서 또다시 사후심의를 받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게 업계의 견해다.
조이온 조성용 사장은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산업 발전을 해칠 수 있다”며 “심의를 일원화하는 등 심의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형오 게임브릿지 사장도 “업계는 자율 규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정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중 규제를 최소화하는 것이 청소년 보호와 산업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시 심판대에 오른 영등위 지침=이중 심의도 문제지만 윤리위가 영등위 등급 판정을 심의의 지침으로 삼아서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영등위는 최근 부분 유료화 모델을 도입한 아동용 게임에 대해서도 18세 판정을 내리는 등 원칙없는 규제 강화로 논란을 빚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윤리위는 내달 전문위원회에서 지난해 논란을 빚었던 영등위의 등급 기준을 바탕으로 ‘리니지2’에 대한 판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져 관련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액토즈소프트의 박정민 부장은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은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업체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고 해외 수출에도 엄청난 이미지 타격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윤리위의 결정은 연령 가이드라인인 영등위의 등급 판정과는 달리 보다 강력한 규제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엔씨소프트 측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영등위 심의판정이 윤리위의 청소년 유해매체물 결정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몰랐다는 표정이다.
◇아이템 거래는 가능?=반면 온라인게임에서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아이템거래 사이트에 대해서는 윤리위의 청소년 유해매체 결정이 부당하다는 결정이 내려져 또다른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윤리위는 아이템베이가 제기한 ‘아이템베이 청소년 유해 매체물 결정 취소’ 소송에서 패소했다고 18일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판결이 굳어질 경우, 청소년유해매체물로 판정된 온라인게임이라 하더라도 아이템거래는 가능하다는 모순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윤리위 측은 “이번 판결은 아이템베이가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손을 들어 준 것”이라며 “본질적 문제인 사행성 여부를 근거로 판결을 내린 것이 아니다”며 해명에 나섰다. 윤리위는 관련 자료들을 확보해 조만간 항소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