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업계, "한우물"-"다각화"

중소업체 중심 벤처투자 외길 고집

 ‘벤처투자에만 전념한다.’ ‘아니다. 이제는 다각화다.’

 벤처캐피털업계의 투자양상이 과거의 벤처투자 일변도에서 탈피해 양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쪽은 국내 벤처캐피털의 태생을 감안해 벤처투자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또다른 쪽은 벤처투자 뿐만 아니라 날로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인수합병(M&A)·세컨드리(벤처기업투자지분 인수)·기업구조조정(CRC) 등 새로운 분야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얼마전 바이오 펀드를 IT펀드로 전용해 이익을 냈지만 논란의 소지를 제공한 것처럼 <본지 3월 16일자 보도> 벤처캐피털업계도 이러한 논란의 와중에 빠져 있어 두 진영의 향배가 관심을 끌고 있다.

 ◇벤처캐피털은 벤처투자다=우리기술투자, LG벤처투자, 기보캐피탈 그리고 상당수 중소 벤처캐피털들은 벤처투자에만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벤처투자를 고집하는 것은 타시장에 섣불리 진출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

 곽성신 우리기술투자 사장은 “CRC 등의 시장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벤처투자와는 다르다”며 “그동안 쌓은 내부 인프라 그리고 사업 노하우를 볼 때 벤처투자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기보캐피탈의 김형호 팀장도 “M&A와 CRC의 경우 우량업체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실제로 그런 업체들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각화로 수익성 강화한다=KTB네트워크, 한국기술투자, 동원창업투자, 한국IT벤처투자 등 대부분의 선두 벤처캐피털은 다각화 기치를 높이고 있다. 수익 모델을 다각화해, 경기 변동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한편 각 사업부문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한국기술투자의 박동원 상무는 “벤처부문에만 의존하는 수익모델로는 한계를 느꼈다”며 “M&A와 CRC 등의 경우 시장변동의 영향을 적게 받으며 특히 리스크가 적어 벤처투자의 보완기능을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IT벤처투자의 이원경 상무도 “해외 사례를 봐도 M&A 등 비벤처투자 부문 시장이 상당히 크다”며 “우리나라도 해외의 경향을 따라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전망=업계는 정부가 벤처기업의 M&A 및 세컨드리 펀드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어 향후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업계의 사업 다각화 추세는 한동안 확산될 전망이다.

 그러나 신 시장에서의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벤처캐피탈협회 김형수 부장은 “M&A등이 신규시장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실질적인 성과가 대거 발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이에따라 다각화에 나섰다가 다시 발을 떼거나 또는 축소하는 업체도 여럿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모 벤처캐피털의 경우 CRC시장 진출을 위해 팀을 만들었다가 실적이 나타나지 않자 팀을 해체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