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CD업체, 풍요속 우려감 높아져

 ‘많이 버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올해 사상 최대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기대되는 국내 LCD업체들이 최근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예상과 달리 LCD활황세가 올해에도 지속되면서 자신감을 얻은 대만업체들의 차세대 LCD 라인 투자 발표가 이어지고 상당부분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향후 엄청난 공급 과잉을 부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만 기업들의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2005년 하반기부터 LCD업계 전체적으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를 방지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 고민”이라고 밝혔다.

△활황세 지속= 지난해 공급과잉이 발생해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현재까지도 LCD가격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JP모건과의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19인치 모니터용 패널 가격은 지난 1월 400달러에서 2월에는 410달러로, 17인치 모니터는 290달러에서 310달러 수준으로, 15인치 노트북은 220달러에서 240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3월 들어 일부 대형 TV용 패널과 노트북 패널 가격이 꺽이긴 했지만 2분기에도 이러한 가격대가 큰 변동없이 유지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러한 활황으로 국내 LCD업체들은 월별 매출액 신기록 갱신을 이어가고 있으며 영업이익률도 30% 수준에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LG필립스LCD 등의 1분기 매출액이 각각 2조 5000억원에서 3조원, 영업이익은 7000억원에서 8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대만업체들도 마찬가지다. AUO,CMO, 한스타, CPT, QDI 등도 사상 최대의 매출과 영업이익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호조세는 대만업체들에게 유보금 증가, 주가 상승, 추가 투자자금 확보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규 투자가 현실화되면 공급 과잉=AUO의 경우에는 내년 1분기 6세대 라인을, 그리고 오는 2006년 하반기에 7세대 라인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며 CMO는 오는 하반기에 5.5세대 라인을 가동하고 2006년 7세대 라인을, CPT, QDI, 한스타 등은 내년 2분기부터 2006년 상반기까지 차례로 6세대 라인을 가동키로 했다. 업체들의 계획대로라면 2006년경이면 12개 가까운 6,7세대 라인이 가동되는 셈이다. 월 6만장의 원판이 투입되는 6세대 라인의 경우 17인치는 연간 1800만장, 30인치 TV로는 570만장을 얻을 수 있다. 오는 2007년에는 산술적으로 이 라인에서만 17인치 기준 2억장, 30인치 TV로는 7000만개가 쏟아지는 셈이다. 지난해 대형 LCD 수요가 1억1000만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기에서만 2배 가까운 물량이 나오게 된다. 디스플레이뱅크의 김광주 상무는 “현재 투자 속도라면 2006년부터는 심각한 공급과잉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럴 경우 대부분의 LCD업체들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대형 LCD TV시장이 제대로 성장하느냐에 달려있지만 최소한 2006년까지는 PDP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업체들도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관찰하고 있다. LG필립스LCD의 경우 지난해 10월, 11월 LCD가격 상승세를 막기 위해 가격 인상을 하지 않았으나 타 기업들의 가격 인상을 막지는 못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향후 발생할 공급과잉을 막기 위해서는 수익율을 낮춰 경쟁사들의 차세대 투자를 지연시키거나 무산시켜야 한다”며 “하반기에 가격 하락세로 접어들면 국내 업체들이 이런 측면에서 공격적으로 가격을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형준 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