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활성화 여부에 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장 정부와 학부모, 젊은이들의 이공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바꿔야 합니다.”
전남대 문희 공대학장(51·응용화학공학부)은 “이공계 출신들이야말로 나라가 먹고 살아갈 산업을 일으키는 진정한 일꾼”이라며 “이들이 사명감을 가질 수 있도록 응분의 보상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강조했다.
전국 국립공과대학협의회장을 겸임하는 문 학장은 현재의 이공계 교육체계를 ‘근복적인 학사 시스템의 잘못’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70, 80년대의 마구잡이식 대학 이공계 증원으로 인한 과잉 인력배출, 복수 및 최소전공 제도의 무리한 도입이 이공계 기피와 홀대라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이다.
“제대로 실력을 갖추지 못한 인력이 해마다 수 천명씩 배출되다 보니 자연히 질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나 적합한 복수 및 최소전공을 공대에 도입한 것도 처음부터 무리였습니다. 전문성이 떨어진다거나 쓸만한 인재가 없다는 말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문 학장은 “고시에 합격하거나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몇 년간 추가로 전문 훈련을 받지 않느냐”며 “비록 공대에도 대학원 과정이 있지만 사회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배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현 이공계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먼저 대학의 정원조정작업에 착수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교육여건이 갖춰지지 않는 대학의 공대를 인위적으로 통·폐합하는 등 강도 높게 구조조정하고 산업인력의 수급전망을 예측해 적정한 인력을 배출해야 된다는 것.
이와 함께 이공계 출신들에 대한 세제혜택과 수당지급 등 사회적으로 보상체계를 마련함으로써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을 다시 이공계로 돌릴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도 대학에 주문형, 맞춤형 교육을 요구해 실질적인 산·학 협력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문 학장은 올해부터 대학에 한국공학인증프로그램(ABEEK)을 도입, 새로운 교과과정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과학철학, 공업경영학 등 공학에 필요한 기초 소양과목을 충분히 익힌 뒤 설계, 디자인 등 현장에 필요한 실무를 익힐 수 있는 커리큘럼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그는 “앞으로 쌍방항 강의를 실시하고 대학에 부속공장을 설립해 현장 적응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인재를 육성할 수 있도록 전면적인 교과과정 개편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