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빗 2004’은 IT전시회인 컴덱스와 가전쇼인 CES, 네트워크 관련 전시회인 넷월드인터롭 등 세계적인 전시회를 한 곳에 모아 놓은 종합 디지털 정보통신 박람회로 요약됐다.
우선 64개국의 6411개 업체들이 27개에 이르는 방대한 전시회장에 최신 기술과 제품·장비를 선보였다. 또 세빗을 통해 업체간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였고, 각종 비즈니스가 오가는 비즈니스의 장으로서도 손색이 없었다. 이번 ‘세빗2004’를 통해 나타난 트렌드를 짚어본다.
◇차세대폰 관심 “압도적”=이번 세빗에서 관람객의 발길을 가장 많이 끈 곳은 휴대폰이 몰려 있는 25번홀이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휴대폰은 본격적인 3세대 제품으로 옮겨가고 있음이 증명됐다. 3세대 휴대폰을 주도할 UMTS(WCDMA)휴대폰, 지능형복합단말기, 폴더형 인테나폰이 대거 선보였고 고급 카메라폰과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캠코더폰 등이 인기를 끌었다.
동화상 통화, 주문형비디오(VOD), 비디오 메시징은 기본이고 업체에 따라서는 메가픽셀 카메라폰을 통해 촬영한 사진을 즉석에서 인화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특히 200만화소 카메라폰과 MP3폰·3D게임폰·터치스크린 게임폰, 블루투스 폰, 지문인식폰 등 멀티미디어 기능이 강화된 제품도 향후 휴대폰 시장을 주도할 신제품으로 꼽혔다.
◇디스플레이 “경연장”=이번 세빗에서는 극히 일부 업체가 브라운관(CRT) TV를 선보인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 PDP TV나 LCD TV를 선보여 평판디스플레이(FPD)와 CRT의 세대교체가 이뤄졌음을 방증했다. 대형화 측면에서는 삼성이 80인치 PDP TV와 57인치 LCD TV를 내놨고 LG가 76인치 PDP TV와 55인치 LCD TV를 선보여 세계 최고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샤프(45인치 LCD TV), 마쓰시타전기(50인치 PDP TV·32인치 LCD TV), 소니(61인치 PDP TV), NEC(61인치 PDP TV) 등 일본 업체들도 각기 전략제품을 선보였다. 이들 TV중에는 멀티 메모리 슬롯(Memory Stick/CF/MMC/SD/Smart Media)을 탑재한 TV와 디지털 비디오 리코딩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 나왔고 1080p(프로그레시브)의 고해상도 PDP TV와 함께 다양한 마이크로디스플레이(DLP) 프로젝션TV와 홈시어터용 DLP 프로젝터도 선보였다.
또 PDP TV중에는 세계최고의 밝기인 1000칸델라와 명암비 1200:1을 실현한 제품도 등장했다. 특히 PDP TV의 경우 시야각 180˚를 실현한 제품이 대거 선보였다.
◇DVD리코더 속도 경쟁 “후끈”=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향후 DVD리코더 시장은 16배속 제품이 주도할 전망이다. 주요 업체들이 12배속 DVD리코더를 내놓은 가운데 네덜란드 필립스가 16배속으로 DVD를 기록할 수 있는 DVD+R제품을 처음 선보였다. LG전자의 경우 이번 세빗에 12배속의 슈퍼멀티포맷 DVD버너를 전시해 인기를 끌었다.
◇기타=독일 지멘스는 펜폰과 함께 블루투스 펜을 통해 휴대폰 단말기에 문자는 물론 그림까지 전송할 수 있는 신개념 휴대폰을 선보였다. 팬택 역시 이번 세빗에서 지문인식폰을 선보여 관람객의 인기를 끌었다. 이 지문인식폰은 지문으로 본인 인증은 물론 열손가락으로 단축기를 설정해서 보안 문제를 해결했다. 소니 또한 이번 세빗에 강아지 로봇인 아이보와 지능형 로봇인 큐리오를 선보여 다시금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전망=이번 ‘세빗2004’는 어느 때보다 첨단 제품의 경연장이었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간 첨단 기술의 주도권 경쟁은 이번 세빗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확연하게 각인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200만∼300만 화소를 자랑하는 카메라·캠코더폰을 비롯해 MP3폰·3D게임폰·스마트폰, 나아가 WCDMA폰과 각종 디스플레이를 놓고 벌이는 경쟁은 가히 점입가경이라 할 정도로 치닫고 있다. 또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선전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번 세빗에 참여한 업체의 한 관계자는 “삼성·LG전자는 이번 세빗을 통해 글로벌기업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느낌”이라면서도 “하지만 대만 등의 중소기업들이 의욕적으로 참여해 비즈니스를 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활약상이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