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현장을 가다]영동클리닉

디지털 시대에 병원은 적자생존의 법칙과 관련해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의료기관간 경쟁 구도 아래 인원 감축과 비용 축소 등 전통적 전략만으로 고객 만족과 비용 절감, 의료 수준 향상이라는 다양한 목표를 동시에 일궈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의 대안으로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병원 비즈니스 전략이 대두되고 있지만 대학 병원과 종합병원 등 종합의료기관을 제외하면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중소규모의 진단방사선 전문의료원 영동클리닉(원장 이용)이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도입 후 불과 3개월여 만에 내린 정보화에 대한 내부 평가는 ‘최소의 비용, 최대의 효과‘ 다.

 진단방사선과에서 흔히 경험하는 X-레이와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통해 쏟아지는 각종 필름의 현상과 저장 등에 고민해 온 영동클리닉은 올해 1월 2억원을 투입, PACS를 도입했다. PACS 도입 후 영동클리닉은 하루 100장 이상의 디지털 영상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진단방사선 전문의 2∼3명을 보유한 300∼400병상 규모의 중형 병원에서도 쉽지 않은 처리 능력으로 강남구내 14개 진단방사선과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영동클리닉은 PACS 도입을 통해 각종 아날로그 필름 보관에 할애됐던 병원내 공간을 대폭 축소했다.또 각종 필름 현상 및 처리를 위한 고정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필름 저장 및 보관 등 관리에 투입되는 인원도 최소화하는 등 부대 비용을 줄여 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10년 이상 보관해 온 아날로그 필름을 PACS를 통해 데이터베이스(DB)에 차곡차곡 저장, 병원을 다시 찾는 환자들의 숫자도 갈수록 늘고 있다. 환자들은 아날로그 필름을 찾을 때와 달리 대기 시간이 크게 줄어든 탓에 의료진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PACS 도입 후 첫 반응은 병원 내부에서 나왔다. 아날로그 필름 현상을 위해 몇시간씩 꼼작 못하고 현상실에 갇혀 있어야 했던 직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영동클리닉은 PACS 도입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 환경 개선을 통한 업무 피로도를 낮춘 것을 부수적인 효과로 꼽았다.

 영동클리닉은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 후면 PACS 도입에 투자했던 초기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미 영동클리닉은 정보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는 한편 병원의 경영 합리성을 높이는 데 투자비용 이상의 효과를 만끽하고 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인터뷰> 이용 영동클리닉 원장

인턴 시절 레지던트와 지도 교수가 지시하는 각종 필름을 찾느라 적잖은 고생을 했었다는 이용 영동클리닉 원장은 PACS 도입 3개월 만에 의료 정보화 예찬론자가 다 됐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원장은 “PACS 도입 후 각종 고정비용이 크게 줄어들고 있음을 체감했을 뿐만 아니라 적정 규모 인력 유지를 통한 경영 합리화와 환자 서비스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촬영시간에는 별 차이가 없지만 이후 디지털영상을 통한 환자 정보의 저장 및 보관, 재생, 추출 등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은 큰 차이가 있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이 원장은 PACS 도입 당시 어느 회사 제품을 선택할 까 고민하던 중 원격진료를 염두에 두고 표준화 및 디지털영상 호환성 등을 두루 고려했다고 소개했다.

“현재 의료계의 추세를 볼 때 아날로그 필름은 결국 없어질 것”이라고 단언한 이 원장은 “PACS는 물론이고 의료 환경은 갈수록 정보화로 귀착될 것이고 반드시 그렇게 돼야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