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얇아지면서 PC 주변기기의 대명사 격인 5.1채널 스피커에도 ‘저가’ 바람이 일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전에는 10만원 안팎의 5.1채널 스피커가 인기를 이뤘으나 지금은 4∼5만원대 저가 모델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국내 총판사인 제이씨현만 하더라도 작년 이맘때 월 2000대 판매되던 9만원대 5.1채널 스피커가 올해 들어서는 30% 줄어든 반면, 4∼5만원대는 월 3000대에서 6000∼7000대 수준으로 배가 늘었다. 브리츠인터내셔널도 최근 4∼5만원대 5.1채널 스피커 판매량이 월 8000대에 이르고 있다. 이는 지난해 1200∼1500대 수준에 비해 무려 3배나 늘어난 것으로 5.1채널 스피커의 인기를 방증해 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경제 침체에 따른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여기에 스피커의 가격 대비 성능이 좋아진 것도 한 몫하고 있다는 풀이다.
브리츠인터내셔널 빈성철 팀장은 “5.1채널을 지원하는 사운드카드를 내장한 PC들이 대부분이고, 제품 성능이 10만원대와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아 5.1채널 스피커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이런 추세를 반영해서인지, 최근에는 4∼5만원대 저가와 20만원대 이상의 고가 제품군으로 시장이 양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이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잇따라 발표하고 수요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제까지 10만원대 5.1채널 스피커 시장에서 매달 800∼1000대씩 판매해 온 스카이디지탈은 랩텍 브랜드의 ‘아레나-675’를 출시하며 브리츠인터내셔널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공간절약형 디자인으로 설계돼 있어 좁은 공간에서도 사용 가능하고, 맥스-X 밴드 패스 기술을 통해 중저음을 보강한 것이 특징. 월 500대 판매가 목표이며, 오는 3·4분기를 기해 로지텍 브랜드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BR-5100K’ 등 3개 저가 모델로 스피커 시장의 30∼40%를 점유한 브리츠인터내셔널도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전력할 방침이며, 슈마도 멀티미디어 사업부를 발족하고 스피커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가 제품을 선호할수록 공급사로서는 수익구조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평균제품판매가(ASP)를 높이기 위해 업그레이드 마케팅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