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알파와 오메가]기업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기술과 혁신의 시대라 할 만하다.

 문득 20여년 전 필자가 처음으로 사회생활 하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 웬만한 회사에는 컴퓨터도 팩스도 없었다. 모든 의사 결정이 전화나 직접 만나서 이루어지던 시절이었다. 클라이언트와 만나 상담하는 방법, 프레젠테이션 기법, 기본적인 에티켓 등을 교육 받았었다. 이 과정을 통하여 각 회사의 기업문화가 형성되고 표출되었던 것 같다.

 이제는 비지니스에서 e메일의 비중이 가장 큰 것 같다. 클라이언트와의 업무는 물론이고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도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회사는 100명 규모의 커뮤니케이션 전문 기업인데, 내부적으로는 항상 커뮤니케이션이 원활치 못하다는 지적들이 있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세계적으로 커뮤니케이션 기업에서 모두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고나 할까.

그런데 좀 더 큰 차원에서 볼 때, 필자의 회사가 속해 있는 DDB 월드와이드는 전세계 100개국에 200개 이상의 사무실이 있고, 10,000명 규모의 종업원을 두고 있는데 통일된 기업문화를 잘 지켜내고 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 생각된다. 무엇이 이것을 가능케 하였을까?

비전, 미션의 공유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DDB 월드와이드의 회장인 키스 라인하드(Keith Reinhard)가 20여년간 매주 써 보내던 편지가 가장 큰 힘을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어느 수요일(Any Wednesday)’이라고 이름 지어진 이 편지에서 다양한 측면을 전세계의 DDB 임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했던 것이다. 자신의 광고관, 사회 기여 측면, 새로운 경향, 광고인의 자세, 우리가 몸 담고 있는 비즈니스 세계에 대한 생각, 어떤 직원이나 작품에 대한 칭찬 등등. 90년대 중반까지 이 ‘어느 수요일(Any Wednesday)’은 우편물로 전달되었다. 매주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 지기도 하고, 덜 마른듯한 잉크 냄새가 정겹게 느껴졌었다.

90년대 후반부터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익숙한 편지 대신 정감 없는 인터넷에 거부감도 있었으나 거기에는 또한 큰 장점이 있었다. 내가 내 생각을 회장에게 바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쉽게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케 되었던 것이다. 회의 때문에 외국에서 각 오피스에서 온 사람들과 만나도 우리는 금방 한 회사에 속해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왜냐하면 같은 주제로 이야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편지가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본다.

기업 경쟁력의 출발은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아닐까 싶다. 정보와 관점과 경험을 공유할 때 내부의 힘은 극대화된다. 그리고 그것이 대외적으로는 기업의 힘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