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로 대변되는 대구도 점차 개방을 향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국내 유통의 새로운 상권으로서 부상하고 아울러 지역 경제도 더불어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통을 중시하는 대구의 전자유통 시장에 신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인물이 있다.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 경북지사 전옥표 상무(49). 그는 지사장으로 부임한 지 1년 만에 국내 전자유통 상권 중 가장 척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구경북지역에 최적의 유통 인프라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마케팅 해결사’로 떠올랐다.
본사 마케팅담당 당시 지펠과 파브·하우젠·애니콜 등의 성공신화를 주도하며 지난 20여년간 국내 마케팅의 산 증인으로 활동해온 전 상무가 삼성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영남권에서 전자유통의 신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전 상무가 경북지사에서 유통 인프라 구축을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디지털프라자 매장 대형화와 고품격화다. 이를 위해 그는 삼성전자 대리점 중에서도 대표적인 꼴찌대리점을 찾아 변신시키는 ‘보텀업’ 방식을 도입했다.
“아래부터 시작해서 위로 올라가는 보텀업 접근법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대리점 중에서도 어쩌면 가장 ‘안티’하며 정리대상인 곳의 체질을 개선한 것이 전체 매장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첫 단계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동안 매출 효자 대리점의 경우 반발도 적지 않았지만 변화에 안주하려는 매장들의 경영마인드를 바꾸기 위해서는 불가피했죠.”
이를 통해 삼성전자 경북지사는 1년 만에 평균 매장평수가 45평에서 105평으로 2배 가량 커졌다. 또 그동안 2∼3개 매장에서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고 있던 지배적 유통의 연결고리를 단절시켜 전체 매장이 독립법인 체제로 자생력을 갖게 했다.
그는 이 같은 유통 인프라 바탕 위에서 실판매를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개발했다.
이른바 ‘다부동(모두 부자되게 움직이자!)’ 판촉과 오픈판촉 등 이벤트 판촉을 비롯한 ‘만만세 CRM’, 상권 도보순례 등 총 11개의 판촉 툴을 개발해 각 대리점이 자신들에게 가장 적합한 것을 뷔페식으로 골라서 판촉하고 있다.
“각 대리점에 목표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지난해 미분법 목표 관리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담당별, 거래선, 품목별로 일일 수주와 실판매 관리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는 또 판촉 성과가 지속될 수 있도록 올해부터 대리점 사장이 중심이 된 소상권협의회를 구성해 상권경영과 벤치마킹을 위한 모임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유통매장의 우수 사례를 발굴, 영상벤치마킹으로 대리점의 특판과 CRM 등에 적용하고 있다.
전 상무는 올해 고객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장의 진열과 연출을 최적화하고 체질화하는 작업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또 디지털프라자점의 전문화를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집객력을 높이기 위해 이른바 소형 디지털 가전 제품인 ‘소물’ 아이템 취급점을 확대할 예정이다.
그는 아울러 대구경북지역 행정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총체적 사회마케팅’을 강화하고 지역민과의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올해도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을 펴기로 했다.
“현재 정치적인 상황과 윤달 등으로 인해 예년에 비해 판매실적이 썩 좋지는 않지만 이럴 때일수록 강자는 살아남는다는 자세로 현재 지역 전자유통매장과 공격적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전 상무는 끝으로 “우리나라는 현재 유통시장의 개방으로 한국적 마케팅 전략과 전술이 위협받고 있다”며 “그러나 유통점들이 성장의 원칙을 충실히 지켜나간다면 유통시장의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