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업계가 후기(Late Stage) 벤처기업 투자에만 집중하고 있어 잠재력있는 초기(Start-up) 벤처기업 발굴 및 육성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후기 벤처기업은 검증된 기술을 바탕으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 단기간에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지칭한다. 따라서 기술의 개발 및 상용화단계에 있는 초기(Early Stage) 벤처기업과는 대비된다.
이처럼 캐피털들이 후기벤처에 집중되는 가장 큰 원인은 △경기침체 △코스닥 등록요건 강화라는 환경에서 자금회수에 역점을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캐피털들이 정부의 인수합병(M&A)을 강조하는 정책적 분위기 속에서 M&A기업 등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황=벤처캐피털 가운데 초기단계의 벤처기업을 주 투자대상으로 삼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실례로 국내 최대규모의 벤처캐피털인 KTB네트워크는 지난 2002년 초기투자 비중이 40%였으나 지난해에는 17%로 크게 낮아졌다. 한국기술투자 역시 2002년 초기투자가 65%로 상당부분을 차지했지만 작년 24%대로 축소했으며, 올해는 10%대로 낮출 예정이다. 한국IT기벤처투자 역시 지난해까지 초기 벤처기업 위주로 투자했지만 올해는 30% 가량을 후기로 돌릴 계획이다.
◇배경=가장 큰 이유로는 코스닥 등록요건 강화가 꼽히고 있다. H캐피털업체의 투자총괄책임자인 K모 상무는 “벤처기업 투자는 향후 5년 이내에 그 기업을 상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최근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기술적 검증이 안된 초기 벤처기업이 5년 내 상장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배경을 들었다.
게다가 캐피털업계는 최근 정부가 벤처기업의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CRC) 필요성을 거론하며 관련 시장 육성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순수 벤처펀드에 대해서는 벤처펀드 출자재원을 줄이는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는 것도 한 요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점=그러나 초기 벤처기업들은 최근 급속히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바이오 등 장기 투자가 필요한 분야의 경우 정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오형근 벤처기업협회의 부회장은 “상당수 신생 벤처기업들이 2억∼3억원 정도의 창업지원자금을 받은 후 추가 펀딩을 받지 못해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검증된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의 경우 벤처캐피털이 줄을 서는 등 오히려 과당 투자경쟁 분위기다. 벤처캐피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잘 나가는 모 벤처기업의 경우 너무 많은 벤처캐피털들이 투자의사를 밝혀, 경매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향후 전망=M&A·후행투자 등을 포함한 벤처캐피털들의 후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쏠림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이 오는 9월 단일거래소로 통합되면 벤처기업의 기업공개(IPO)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여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런 추세가 장기적으로는 완화될 것이란 분석도 보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후기 벤처기업 투자의 경우 과당경쟁 양상을 띠면서 소위 프리미엄이 많이 붙어 투자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다시 초기 벤처기업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초기 벤처기업 발굴 기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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