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21](7)세균과 싸우는 나노기계

 나노(Nano)는 ‘난쟁이’를 뜻하는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한 말로 10억 분의 1을 의미한다.

 1나노미터, 즉 0.000000001미터는 어느 정도의 크기일까?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탄소(C) 원자를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포도알 크기로 확대하는 것은 야구공을 지구 크기로 확대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그 포도알 여섯 개를 길게 늘어놓은 길이가 약 1나노미터이다.

 1나노미터 속에는 여러 개의 원자들이 들어간다. 그래서 원자를 하나씩 배열하여 분자를 만드는 기술을 나노기술이라고 한다.

 지난 2001년 미국에서는 실리콘(Si)을 이용하여 적혈구 세포 크기의 정밀한 기타를 만들었다. 기타 줄의 굵기는 50나노미터. 기타 줄을 퉁기면 소리도 난다. 하지만 주파수가 너무 높아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2002년에는 KAIST 연구팀이 실리콘 반도체로 근육의 운동원리를 이용한 나노모터를 개발했다.

 모든 운동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당연히 몸 속의 분자기계도 에너지를 사용한다. 나노기계 역시 세포가 사용하는 ATP(Adenosine Triphosphate)라는 화학에너지를 사용한다. 2000년 제작된 나노 헬리콥터는 바이러스 크기로서 인체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박테리아를 처치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이 나노 헬리콥터는 니켈(Ni) 축과 니켈 프로펠러 사이에 단백질로 구성된 모터를 가지고 있다. 단백질 모터가 니켈 프로펠러를 1초에 8번씩 회전시키는데, 이때 단백질 모터는 세포 속의 ATP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자연의 분자기계를 흉내낸 나노기계에도 부족한 무엇이 있다. 자기 복제성이 바로 그것이다. 모든 기계는 망가지고 부서진다. 자연계의 분자기계와 인공적인 나노기계도 마찬가지. 그러나 자연계의 분자기계는 자기 증식성과 복제성을 갖고 있어서 스스로 수리하고 새로 생산할 수 있지만 엄청난 제작비를 필요로 하는 나노기계는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하였다.

 나노기계의 성공과 실용화는 우리가 얼마나 자연을 잘 이해하고 있는가에 달려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