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이 행망PC 입찰방식을 ‘유사물품 복수경쟁입찰’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다국적 PC업체인 델이 국내 조달시장에 진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공멸’에 대한 우려가 국내 PC업계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조달방식 변경은 국내에서 가격경쟁력은 강하나 AS체제가 약한 델에 가장 유리한 방식이라는 지적이 높다. 델은 물량제한이 없는 서버 조달시장에서 이미 급속히 국내 시장을 잠식해나가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이 추진중인 방식대로 입찰방식이 변경될 경우, 선·후발 업체를 불문하고 똑같은 기준으로 입찰할 수 있게 돼 서비스·품질 저하와 함께 저가경쟁으로 인한 업계 공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달청이 추진중인 ‘유사물품 복수경쟁입찰’방식은 낙찰업체 가운데 최고가를 제시한 업체와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별로 차등적으로 물량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업체들은 이 방식대로 할 경우 많은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서는 경쟁적으로 저가를 제시할 수밖에 없어 조달시장이 저가경쟁 일변도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존 행망PC 공급업체들은 “가뜩이나 외산 PC 업체들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입찰방식이 이같이 바뀔 경우 중소기업들을 비롯한 국내 PC업체들이 ‘행망 등록업체’라는 후광효과를 겨냥해 무더기로 참여할 것이 확실시 된다”며, “품질과 성능은 뒷전이고 오로지 가격만이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시장질서가 무너지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그동안 소비자 직판을 해왔던 델이 저가를 무기로 조달시장에 본격 참여할 경우 이 같은 저가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국내 PC산업 기반에 크게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델은 또 지난해 학내망 서버 공급에 참여를 계기로 지난 2002년만 해도 HP·IBM에 이어 3위에 머물렀던 서버사업이 지난해 4분기에는 IBM을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2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의 고위 관계자는 “조달청이 입찰방식을 바꿀 경우 수량제한으로 인해 각 수요기관들이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없어 계약기간이 만료될 경우 다음 계약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납품실적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를 구분하지 않고 경쟁시키기 때문에 업체도 난립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체의 관계자는 “납품실적에 따라 물량을 배정하는 것은 공공시장에서 무엇보다도 AS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이었다”며 “AS문제도 점검하지 않은 채 해외업체들에까지 무조건 문호를 개방하려는 것은 통상마찰만을 고려한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주연테크·현주컴퓨터 등 중견 PC업체들도 우려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국제기준에 맞춘 조달정책 도입은 필요하지만, 중견기업들에 대한 배려없이 조달시장에서 입지를 무너뜨린다면 설자리마저 없어지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PC산업이 내수경기 침체와 저가경쟁에 따른 마진율 감소 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업체들의 이러한 목소리에 조달청이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국내 PC업계 공멸 우려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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