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업계가 과열된 스카우트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의 간부를 영입하는 것은 다반사고 현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핵심 인력을 빼가는 경우도 벌어지면서 업체간 반목과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보안업계에서는 지나친 인력 충원 경쟁이 보안업계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져 오히려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보안업계는 지금 스카우트 전쟁중=최근 보안업계에서는 인력 이동이 두드러진다. 주로 대기업 계열의 보안 업체나 합병을 통해 자금에 숨통이 트인 업체에서 인력 충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안컨설팅 및 보안관제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인포섹은 거의 무차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력 보강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보안컨설팅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에이쓰리시큐리티컨설팅과 인젠 등의 경쟁사에서 보안 컨설턴트 8명을 영입했는데 이 가운데는 업계 선두인 에이쓰리시큐리티컨설팅 연구소장이 포함돼 있다. 보안관제사업에서도 코코넛 출신 인력을 꾸준히 영입했으며 해커스랩에서도 10여명이 보안관제 인력을 수혈했다.
시큐아이닷컴은 방화벽 사업 강화를 위해 경쟁사인 시큐어소프트의 영업 이사를 영입했다. 시큐아이닷컴은 방화벽 사업 중에서도 공공 및 금융 분야에 힘을 쏟고 있는데 시큐어소프트출신 영업이사는 공공 및 금융 분야 영업을 총괄했었다.
넷시큐어테크놀러지 역시 통합보안관리(ESM) 사업 강화를 위해 업계를 선도하는 이글루시큐리티의 기술이사를 끌어들였다. 넷시큐어테크놀러지는 간부급 영입 이외에 경쟁 업체에서 10여명의 영업 및 기술 인력을 충원했다.
또 리눅스시큐리티도 권오규 시스코코리아 공공사업부장을 부사장으로 영입한다. 권 부사장은 개발과 영업 등 전 사업부문을 총괄할 예정이다.
◇스카우트 과열은 부작용을 낳는다=이처럼 보안업계에 스카우트 붐이 일고 있는 이유는 보안업계의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자금이 충분한 업체가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보안업계가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고 핵심인력이 적은 특성상 다른 업종에 비해 인력이동이 잦은 편이지만 최근의 상황은 지나친 과열 양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경영 환경이 어려워져 인력 이동이 불가피한 업체뿐 아니라 소위 잘 나가는 전문업체의 인력을 스카우트 표적으로 삼아 빈축을 사고 있다.
경쟁 업체로 인력을 빼앗긴 한 보안 업체의 사장은 “시장 경제 구조에서 자유로운 직장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지나치다”라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직원이 갑자기 경쟁 업체로 간다고 해서 고객에게 강한 항의를 받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른 보안 업체의 사장 역시 “경영 환경이 어려운 업체의 직원을 받아들이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잘 되고 있는 업체의 직원마저 빼가는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안업계의 지나친 인력 스카우트 경쟁은 감정싸움에서 그치지 않고 인건비 상승이나 고객의 불신 조장 등 부작용이 나타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보안업계에서는 사장들 사이에 지나친 인력 충원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는 상황이어서 업체간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