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생활가전 총괄이 윤종용 부회장 체제로 접어들면서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1100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삼성전자 생활가전 총괄(DA)은 올 1분기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300억원, 4분기 800억원 등 연속 적자를 내며 일류 기업으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던 삼성은 이번 1분기 영업이익이 1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2003년 1분기 삼성전자 생활가전 매출은 약 8000억원. 올 1분기는 이보다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약 3조4000억원이며 올해는 생활가전 전체적으로 전년 대비 10% 가량 늘어난 3조8000억원 가량의 매출 달성이 목표다.
올 1분기 실적이 호전된 가장 주요한 요인은 냉장고와 청소기 등의 수출이 늘어난 데다 특히 유로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도 큰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오버헤드를 줄이고 불필요한 비용을 감소하는 등 회사의 원가절감 노력도 흑자전환의 중요한 요소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부진을 털고 실적이 호전되기 시작했다”며 “생활가전 제품의 성능 및 디자인이 개선되면서 해외 시장에 대해 판가 조정을 단행, 영업이익 확대는 물론 프리미엄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출뿐 아니라 내수 부분도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의외의 호조를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 판매하기 시작한 드럼세탁기가 올들어 작년 동기대비 2배 가량 판매됐으며 양문형 냉장고 지펠 역시 20% 가량 성장세를 나타냈다고 삼성측은 밝혔다. 예약판매 부진 등 침체를 계속하고 있는 가정용 에어컨은 역신장했지만 대신 시스템에어컨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이 이처럼 실적에 호조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공기청정 기능을 내장한 냉장고 등 새로운 개념의 신제품을 발빠르게 출시하는 등 기술적인 노력도 있지만 전사적인 ‘생활가전 살리기’ 의지가 무엇보다 크게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올 1월 윤종용 부회장을 생활가전 총괄 겸임이라는 특단의 조치는 최고위층의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하 임원 및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데 큰 몫을 했다. 생활가전총괄은 물론 국내영업사업부의 최고위층까지 참여하는 생활가전 경쟁력 강화방안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 월 1회 윤 부회장 주재로 전체 회의를 가진다. 윤 부회장은 주간 단위로 판매 실적을 직접 챙기고 보완할 사항을 지시한다. 최근에는 경영지원총괄 최도석 사장까지 실적 관련 보고를 받으며 사업을 챙길 정도다.
지난해 유일하게 적자를 내며 회사의 약점으로 꼽혔던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총괄이 최고 경영층의 관심과 지원을 바탕으로 도약할지 다시금 관심이 집중되는 시점이다. 또한 이는 사업의 회생뿐 아니라 기업의 위기관리 능력까지 함께 시험받는 기회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드럼세탁기·양문형 냉장고 등 판매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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