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잔뜩 부풀었던 IT·인터넷업계의 ‘총선 특수’ 기대는 물거품이 될 처지다. 특히 선거법 개정에 따라 IT를 활용한 사이버선거 운동이 새로운 선거문화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돌발변수인 ‘탄핵정국’과 각 당의 선거비용 최소화 방침으로 이마저도 여의치 못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각 당이 준비해온 ‘사이버선거전’은 헛된 구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IT업계 선거 특수 ‘실종’=4·15 총선을 앞두고 폭발적 수요를 기대했던 웹에이전시와 유권자관계관리시스템(CRM), e메일 시스템 전문업체들의 ‘선거특수’는 사실상 실종된 상황이다. 당초 업계는 예년 선거와 달리 4·15 총선이 선거운동 기간이 짧고 대중 동원 유세활동이 제한돼 각 후보자들이 지역 유권자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수단으로 홈페이지와 e메일시스템, CRM 등 첨단 IT 시스템을 적극 도입, 활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웹 에이전시와 CRM 전문업계 관계자들은 각 당 출마 예정자들로부터 간혹 시스템 구축 비용과 기간 등에 문의가 있었지만 대부분 비용 문제로 당초 계획을 철회하고 있다며 최근 침체 분위기를 전했다.
이모션 관계자는 “그동안 홈 페이지를 갖지 못했던 출마 예정자들이 사이트 구축에 관심을 갖기는 했지만 대부분 2000만원이 넘는 비용 문제에 부닥쳐 전문업체에 의뢰하기보다는 프리랜서를 선호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출마 예정자들의 문의마저 실종됐다”고 말했다.
e메일 및 CRM 업계의 체감 경기도 싸늘하기는 마찬가지다. 1대1 마케팅시스템으로 특수를 기대했던 CRM 전문업체 네오캐스트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총선 특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여·야 사이버선거전 준비 ‘허술’=한나라당은 ‘사이버 총선’에 대비해 내부 사이버팀을 중심으로 홈페이지 업그레이드 등 초보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사이버 선거와 관련한 별도 예산은 책정하지 않았다. 중앙당 차원에서 CRM을 구축하거나 별도 홈페이지 관리 업체를 두지 않았을 뿐더러 e메일 선거운동이나 홈페이지 구축도 간단한 홍보 책자를 지역 후보들에게 발송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네티즌의 자발적 참여가 가장 활발하다는 우리당도 중앙당 차원의 지원이 미비하기는 마찬가지다. 사이버 선거 관련 예산안이 있으나 정치 상황이 유동적이고 당 재정이 취약하다는 이유로 집행되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것. 선거와 관련한 웹에이전시나 기획사는 없으며 초기 단계의 CRM은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나 당원DB 구축이 지연되면서 이번 총선에서 적극적인 활용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CRM을 구축한 민주당도 당원 DB와 연계한 CRM 업그레이드는 10월경에나 추진할 계획이다. 인터넷 생중계 때 건당 400만∼500만원 가량이 소요됐으나 이 역시 별도 예산이 아닌 각 후보들과 분담했다.
전자정당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온 민노당은 인건비를 제외하고 1500만원 가량의 별도 예산만 책정했다. 웹에이전시인 ‘티엔’과 계약해 사이버 선거전을 치르고 있으나 CRM은 현재까지 미도입한 상태다.
민주당의 신철호 최고정보책임자(CIO)는 “당의 마인드 부족도 문제이지만 개별 후보들이 300만∼700만원 선에서 홈페이지 구축을 해결하려는 데 비해 주요 웹에이전시들은 홈페이지당 2000만∼3000만원의 비용을 요구하는 등 현실적인 벽에 부딪힌다”며 “중앙당의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시스템을 발주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우리당의 유시민 전자정당위원회 공동 위원장은 “열린우리당의 전자정당위원회도 급박한 창당 일정과 깨끗한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전자정당 구축 재원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려하다 보니 실제 홈페이지와 커뮤니티가 조악한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정당별 사이버 선거 예산 및 시스템 도입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