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레인콤 양덕준 사장(2)

사진;레인콤은 세계 1등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국내외 분야별 최고 업체들과 돈독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국내 모 업체와 유기EL 협약식을 맺은 후 필자(왼쪽에서 세번째)가 협력업체 관계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리 제품에 레인콤이란 이름은 너무 기술적인 냄새가 나고 딱딱해 새로운 브랜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브랜드는 사내 공모도 했지만 결국 외부 사람이 제안한 아이리버(iRiver)라는 이름을 받아들여 사용키로 했다. 아이리버는 인터넷(i)의 강(river)라는 의미로 제품의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미국 소닉블루(SonicBlue)와의 협력은 오늘날 아이리버 신화의 예고편이었다. 당시 소닉블루는 리오(Rio) 브랜드로 유명했다. 이 회사의 고위 임원 두 명은 우리가 보내준 시제품을 보자마자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비행기 안에서 펜으로 MOU(가계약서)를 작성, 우리를 감동시켰다.

 2000년 9월 레인콤과 소닉블루는 이렇게 해서 불과 몇시간의 미팅 끝에 계약을 끝냈다. 계약서에 따르면 레인콤은 소닉블루에 주문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물건을 납품하되 미국 등 세계 진출 브랜드는 소닉블루의 `리오`로 하며 한국내에서는 `아이리버` 브랜드로 판매하기로 했다. 당초 한국에도 ‘리오’ 브랜드를 사용할 것을 소닉블루사가 강력히 요구했지만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닉블루가 요구한 납품기일은 2001년 1월. 불과 남은 기간은 3개월이란 시간뿐이었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3개월만의 양산 라인 설립과 가동을 끝내고 소닉블루와의 계약대로 2001년 1월 제품을 성공적으로 납품했다. 그러나 불협화음이 2001년 6월쯤 발생했다. 예측과 주문량이 들쭉날쭉해 우리측에서는 생산과 자재의 조절에 애를 먹었다. 소닉블루의 대금 지급도 조금씩 지체되면서 판매량은 급증하고 급기야는 미수금이 600만달러에 달하게 됐다.

 우리는 미수금과 선행 자재 비축의 이중의 자금난을 겪어야 했다. 이는 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그 때 독자 브랜드 없이 남에게 의존해 판매하는 쓰라림을 절감했다. 당시 우리는 기능이 훨씬 보강된 신제품 아이리버2를 준비하고 있었고 이 신제품에 대한 새로운 계약을 제의했다. 새로운 계약에서는 종전의 많은 불평등 계약 요소를 수정해야 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소닉블루사가 갖는 신제품에 대한 `최초 선택권` 이란 조항이었다. 이 조항은 해석 하기에 따라 소닉블루가 채택하지 않으면 미국 시장에 판매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또 하나의 걸림돌은 막대한 금액의 미수금이었다. 소닉블루가 이 미지급 금액으로 우리에게 압력을 가해 오면 우리로서는 회사 존폐의 문제이므로 결국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소닉블루의 통제권에서 벗어날 작은 활로라도 만들어야 했고 그 길은 독자 브랜드 판매의 길을 여는 것 밖에는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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