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알파와 오메가]마케팅이 돈만 먹는 하마인 이유

◆김광일 GCM 대표  

 “어디 마케팅 잘 하는데 없어요? 누가 물건만 제대로 팔아줄 수 있으면 돈은 달라는 대로 줄 수 있는데…. 전문회사? 그림만 번지르르하고, 결과가 없더라구요….”

 최근 벤처업계 CEO들로부터 자주 듣는 푸념 중의 하나는 고객을 확보하고 상품을 파는 세일즈의 어려움이다. 얼마나 어려우면 돈은 달라는 대로 줄 수 있다고까지 하겠는가?

 수많은 기업들이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돈을 쏟아부으며 광고와 각종 이벤트, 프로모션, PR 등에 앞다퉈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기업들은 이런 마케팅 툴을 통해 엄청난 비용을 투입하지만 별 성과가 없다고 호소한다. 큰 돈 들여 파격적인 컨셉트로 진행했건만 정작 매출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는 광고, 엄청나게 사람을 불러모아 시끌벅적하게 진행했건만 효과 없는 이벤트와 프로모션, 결과물은 꽤낸 것 같은데 전혀 마케팅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PR 등이 대표적인 예다.

 금새 뭔가 손에 덥썩 걸릴 것처럼 난리치더니 결국 돈만 날렸다는 한탄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왜 그럴까. 왜 기대치와 결과치에는 늘 엄청난 괴리가 생기며 ‘속빈 강정’으로 끝날까.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와 원인이 있다.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많은 기업들이 유독 마케팅 비용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수익성 검증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저 돈만 쓰면 효과가 있을 거란 ‘우매한 기대치’만이 만연해 있다.

 예를 들어 자사 제품 1개를 팔면 1만원의 마진이 남는 기업체가 5억원을 들여 이벤트를 집행했다고 치자. 쓰는 금액과 같은 5억원의 마진을 남기려면 무려 5만개의 제품을 팔아야 한다. 결국 이벤트 후 5만개 미만의 제품이 팔렸다면 분명 수익성은 마이너스인 것이다.

 물론 이를 집행한 광고, 이벤트, PR 전문업체들은 그 부실한 결과의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릴 꽤나 설득력 있는 논리로 이미 중무장해 있다.

 마케팅툴에 돈을 들일 때는 이렇듯 철저히 그 결과를 예측하고, 투자대비 효과를 담보해 낼 수 있는 검증절차를 제대로 거쳐야만 소기의 목적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돈만 날리는 또 다른 원인은 마케팅에 대한 접근방식이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마케팅하면 교환, 즉 제품을 파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마케팅의 본질은 종전의 교환에서 이제는 기업과 소비자와의 관계(relationship)로 발전해 있다. 마케팅의 목적 역시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이해돼야 한다.

 당장 물건 파는 게 급한데 무슨 뜬구름 잡는 얘기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와의 관계와 제품의 브랜드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방식이 아닌, 당장의 물건 몇 개 더 파는 개념에 파묻히는 것은 더 많은 수확을 위해 거름주고, 나무를 가꾸지는 않고 설익은 과일만 계속해 따내는 격이다.

 마케팅의 본질과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고, 각종 마케팅 수단에 대한 수익성만 제대로 검증한다면, 번지르한 제안에 취해 엄청나게 돈만 쓰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시행착오를 더는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goldpar@gc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