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데이]고속철 시대 상권도 변신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으로 일컬어지는 고속철도(KTX)가 4월 1일부터 본격적인 운행에 들어갔다.

전국은 이제 반나절 생활권으로 좁아졌고, 이에 따라 고속철도의 주요 역사를 중심으로 한 전국 전자 유통상권의 판도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역세권이 곧 쇼핑명소=지난 1992년 공사가 시작된 이래 12년간 총 12조7000억원이 투입된 고속철도는 천문학적 사업비용의 재원 충당을 위해 핵심 역사의 건설에 민자가 대거 투자되는 결과를 나았다. 이에 따라 서울역, 용산역 등 민자역사를 중심으로 그 역세권에는 예외없이 대기업 자본이 집중 투자된 각종 대규모 유통·위락시설이 들어서게 됐다.

교통개발연구원에 따르면 고속철도 개통후 이용객수가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역사의 경우, 지난해말 개장한 한화 갤러리아백화점을 기점으로 청계천 세운상가에 이르는 ‘강북 전자상권’이 재편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운상가 관계자는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과 함께 이번 고속철도 개통이 맞물려 세운상가의 중흥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상인들 사이에서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고속철도의 개통으로 가장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곳은 용산 민자역사 인근 역세권. 특히 오는 10월 개장을 목표로 현재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현대산업개발의 ‘스페이스나인’은 용산 고속철도 민자역사와 직접 연결되는 최적의 접근성을 자랑한다.

연면적 3만평에 매장수만 1000개가 넘는 스페이스나인은 3∼8층이 모두 전자 전문매장으로 구성돼, 디지털TV, 디지털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 디지털정보기기 위주로 편제된다.

이밖에 애경백화점은 광명역사와 부산역사내 상업시설에 ‘KTX 광명점’과 ‘KTX 부산점’을 각각 운영한다. 여기서는 가전을 포함해 각종 상품과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은 지난 30일 ‘경부고속철도 1단계 개통식’에 즈음해 “고속철도의 성공적 안착은 역사 및 역세권의 경제적 활성화에 달렸다”며 “이를 위해 정부는 오는 9월부터 ‘지역특화발전특구에 관한 규제특례법안’을 본격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존 상권의 대응=이번 고속철도의 개통으로 가장 많은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받고 있는 곳도 역시 용산 집단 전자상가다. 용산 민자역사의 활성화와 스페이스나인의 오픈으로 용산 일대의 상권의 동반 확대·강화가 기대되는 반면, 기존 집단 전자상가로의 고객유입은 상대적으로 덜 할 것이라는 우려때문이다.

이에 따라 나진산업, 서울전자유통 등 용산 일대 상가 관리업체 관계자들은 지난달 17일 용산구청에서 ‘용산전자 상가활성화 대책 회의’를 열고 민자역사에서 집단전자상가로 연결되는 통로의 확보를 구청과 민자역사 건설시행사인 현대산업개발측에 공식 요구키로 했다. 이밖에 집단 전자상가내 면세점 유치, 각종 공연장 확보 등도 이날 상가 활성화를 위한 제시된 주요 대책이다.

나진상가 상우회 관계자는 “스페이스나인의 약진이 집단 전자상가에 해가 될지, 득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조심스러워 했다.

고속철도 역세권의 영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테크노마트도 KTX가 지나는 신도림역 인근에 연면적 10만평, 총 30층 규모의 복합전자유통센터를 건설중이다. 디지털 가전, 컴퓨터, 게임, IT, 이동통신 등은 물론, 패션·잡화에 이르기 까지 5000여개 매장이 조성될 이 센터는 서울 서남권의 중심인 신도림역 바로 뒤편에 위치하게 된다.

테크노마트 관계자는 “기존 강변점은 고속철도 개통에 따른 영향권에서 상당 거리 비껴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했다”며 “신도림역 인근 지역은 용산·광명역과도 지리적으로 가깝고, 그 자체 역세권만으로도 하루 유동인구 50만명의 매머드급 유통 명당”이라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전국 유통상권 표정

 1일 경부·호남고속철도의 개통으로 지방 상권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대전·충청권 등 주요 거점 지역의 전자 유통상인들은 KTX의 개통에 따른 판세 변화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지역내 상권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현지 상인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대전·충청권=대전 지역 전자 제품 전문 유통 업계에 따르면 KTX 개통에 따라 일부 소수 고객층을 제외하고는 지역에 미치는 장·단기적인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업체는 고객들 사이에서 전자 제품을 생활 필수품으로 생각할 정도로 인식이 확산돼 있는데다 가격 평준화로 굳이 용산전자상가 등 수도권으로까지 원정을 가 제품을 구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전자 제품 구매 특성상 지역 고객의 70% 이상이 1차 상권에서 제품을 구입하고 있는 사례에 비춰 볼 때 이탈 고객 층은 극히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이마트 충남판사 강건구 차장은 “KTX 개통으로 수도권과 더욱 가까워졌지만 지역 유통 업계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충북과 호남 등 지방에서 대전 지역으로 원정 오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권=대구유통단지 전자관과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와 하이프라자 등 가전 매장들은 오히려 KTX 개통에 따른 고객 유동성이 높아져 고속철 개통관련 이슈 마케팅 만들기에 고심하고 있다.

대구유통단지의 김태길 전자관협동조합 이사장은 “일본 대형 전자상가의 경우 주로 역세권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다”며 “KTX의 개통이 동대구역과 가까운 전자관의 매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전자관협동조합은 이번 KTX 개통과 관련 동대구역 대합실 등에 멀티비전 홍보영상물과 전단지 광고를 통해 유동인구를 전자관으로 끌어들이는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 경북마케팅그룹 채규혁 그룹장은 “가전시장에서는 이미 가격이 온라인을 통해 모두 오픈돼 있기 때문에 KTX 개통으로 공간적 이동이 편리해졌다 해서 그 파장이 쉽게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광주·전라권=광주 금호월드와 전북 테크노타운 등 지역 전문 전자유통상가들은 고속철도 개통으로 광주역과 송정리역, 목포역 등 역세권 개발로 추가 전자유통점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이마트 전남판매사업부 박상현 과장은 “아직까지 신규 대리점 출점 계획은 결정되지 않았으나, 고속철도가 통과하는 지역이 신흥 상권으로 부상할 것에 대비해 추후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국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