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광활한 중국 대륙에서 국산 캐릭터가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 백화점 신발 매장에 마련된 ‘마시마로’ 전용 코너(왼쪽)와 ‘뿌까’ 전용 매장의 모습.
‘토종캐릭터, 광활한 중국대륙을 접수하다’
국산 캐릭터 상품이 ‘기회의 땅’ 중국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독자매장을 가진 ‘마시마로’와 ‘뿌까’ 등 몇몇 대표주자들은 불법복제라는 높은 파고를 넘어 인기제품군을 형성,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드는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캐릭터가 우리 산업의 중국 시장 진출 첨병 역할을 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손오공’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캐릭터상품을 보유하지 못한 중국이 최근 ‘국제 캐릭터 라이선싱 쇼’를 개최하고 한국기업들의 참여의사를 타진하는 등 해외 우수 캐릭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어 ‘마시마로’와 ‘뿌까’의 뒤를 잇는 후속주자들의 등장이 기대된다.
◇모르는 사람이 없다=엽기토끼 ‘마시마로’의 중국 내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국내에서 인기몰이가 한창이던 지난 2001년 하반기에 이미 불법복제로 중국에 진출(?)한 ‘마시마로’는 이제 지방의 소규모 도시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실제로 백화점과 시장, 대형 마트 등 가는 곳마다 마시마로를 찾아볼 수 있었다. 물론 아직 불법복제품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마시마로’를 적극 추천하는 매장 직원들의 모습에서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마시마로’의 저작권사인 씨엘코엔터테인먼트(대표 최승호)는 지난 2002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중국공략에 나선 결과, 현재 중국 전역에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매장 내에 ‘마시마로’ 코너를 따로 마련해 놓은 곳이 벌써 200개를 넘었다. 국내에서도 크게 히트친 차량용품과 귀여운 어린이용 신발은 최고 인기 품목이다.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20여 현지 기업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통해 로열티 회수 체계가 안정화를 이루고 불법복제 단속을 위한 중국 정부와의 협력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어 향후 전망을 더욱 밝게 한다.
◇전문매장 설립=베이징 중심가에 위치한 그랜드퍼시픽백화점. 중국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물건을 고르고 있는 한 매장에서 반가운 캐릭터가 눈에 들어온다. 찐빵 머리에 상큼한 미소, 자랑스런 우리의 캐릭터 ‘뿌까’가 새겨진 가방과 지갑, 인형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다. ‘뿌까’ 전문매장이다.
가방이나 인형 하나의 가격이 비싼 것은 200위안. 우리 돈으로 따지면 3만원이다. 중국의 대졸 초임이 우리 돈 15만원 정도인 것에 비춰 볼 때 싼 가격이 아니지만 인기를 끌고 있다. 매장 점원의 말에 따르면 지난 1월 이 매장에서만 우리 돈으로 2000만원이라는 놀라운 매출을 올렸다. 과거 중국에서 볼 수 없던 독특한 캐릭터성이 인기의 이유라고 한다. 중국풍의 캐릭터 스타일도 한 몫을 했다. 현지에서 만난 한 교포는 “뿌까가 중국 캐릭터라고 굳게 믿고 있는 중국인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뿌까’ 전문매장은 현재 베이징과 광저우에서 운영되고 있다. 광저우 매장은 백화점을 벗어나 길거리에서 바로 옆의 디즈니 전문매장과 경쟁하고 있기도 하다. ‘뿌까’의 저작권사인 부즈(대표 김부경)는 조만간 상하이에도 이같은 전문매장을 설립하는 것을 비롯해 연내 중국 전역에 20개의 전문매장을 낼 계획이다.
◇철저한 준비만이 성공=불법복제가 성행하는 중국에서 신뢰와 정확성을 바탕으로 하는 캐릭터 라이선싱 사업을 성공적으로 펼치는 것은 쉽지 않다. 워낙 넓다보니 물리적인 관리의 어려움이 크고 불법을 발견하더라도 중국 법과 캐릭터 산업 모두에 능통한 사람들이 적어 뒤처리는 더욱 힘들다. 때문에 ‘빠른 진출’보다는 ‘철저한 준비’가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씨엘코엔터테인먼트의 이창현 이사는 “정품과 불법제품을 확실히 차별화시키는 것만이 중국 내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는 길이라는 판단해 몇몇 초기 품목을 제외하고는 상품화 전략부터 디자인 개발, 제조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직접 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씨엘코는 직접관리체계를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해 상하이 지사를 올 하반기에 오픈할 계획이다. 앞으로 수종사업인 모바일 분야에서도 직접 개발해 중국에 런칭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부즈는 상표권 등록 등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진출시기를 1년가량 늦췄을 만큼 치밀한 준비를 했다. 또 신뢰성 있는 파트너를 찾는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현재 전문매장을 운영중인 중국 파트너 ‘도나이스’는 이미 자체 캐릭터인 ‘큐젠’의 전문매장을 200개나 운영중인 검증된 파트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베이징사무소의 권기영 소장은 “국내 캐릭터 업체들의 중국진출을 제도적으로 돕기 위해 중국 국가판권국 등과의 연계 강화를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