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부품·소재분야에서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기업이 올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대형 부품·소재기업의 잇따른 탄생은 부품소재산업 육성과 발전에 밝은 빛을 던져주고 있지만 제품이 지나치게 편중돼 있고 모기업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취약성도 동시에 드러내 대책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조원을 향한 도전= 종합 전자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부품에서만 1조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하지만 부품소재 전문기업으로는 하이닉스, LG필립스LCD, 삼성SDI, 삼성전기 등 4곳 뿐이다. 하지만 올해에는 3∼4개 기업이 더 탄생할 전망이다.
LG이노텍은 올해 디지털튜너·백색 발광 다이오드·소형 TFT LCD·카메라 모듈 등 승부 사업에 역점을 두고 매출 1조원 시대를 열고자 내부 혁신 작업에 한창이다. 올해 시설투자 800억원·연구개발 투자 400억원 등 1200억원을 디지털 부품 사업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세계 3위인 디지털 튜너 분야에서 올 하반기 세계 1위를 달성, LDD용 모터·모듈레이터 등 세계 1위 품목 수를 점차 늘려나가 세계 부품 시장에서 글로벌 톱 기업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지난 95년 삼성과 코닝의 합작회사로 출범한 삼성코닝정밀유리는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째인 올해 1조원의 매출이 기대되고 있다. LCD용 기판 유리를 생산하는 이 기업은 삼성전자·LG필립스LCD 등 세계 1, 2위 LCD업체에 유리 기판을 공급중이며 세계 최초로 7세대 유리를 개발하는 등 경쟁사보다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매출증가율과 수익률에서 세계 최고의 실적을 자랑하는 이 회사는 2007년께 2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LG화학은 올해 편광판·2차 전지 등 정보전자소재 사업부문에 지난 99년 진출한 후 5년이란 단기간에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1조2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2차 전지는 2005년 세계 3위, 편광판은 2006년 세계 1위를 달성하고자 지속적인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하고 연료전지·유기 EL소재 등 사업에도 진출, 세계적인 정보전자 소재업체로 부상할 계획이다.
일본 스미토모의 국내법인인 동우화인켐도 LCD 재료로 쓰이는 컬러필터 및 편광필름 등의 호조에 힘입어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에는 1조원 매출을 돌파할 전망이다. 동우화인켐은 LCD 관련 재료 수요의 폭증에 맞춰 최근 평택 공장 인근에 동우STI의 제2 컬러필터 라인을 건설, 양산에 들어갔으며 올 연말 양산을 목표로 1000억원을 투자, 제2 광학필름 공장을 착공하는 등 디스플레이 관련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또 반도체용 화학재료 시장의 꾸준한 성장도 기대하고 있다.
◇국내 부품·소재산업 발전의 전환점=부품·소재분야의 간판 기업들이 연매출 1조원대에 잇따라 진입하게 되면 우리나라 부품·소재산업은 펀더멘탈이 한층 강화되는 전환점에 들어설 것으로 평가된다.
부품소재통합연구단 이덕근 소장은 “부품·소재분야에서도 조 단위 매출 기업들이 하나 둘씩 출현하는 것은 우리나라 부품·소재 기업들도 내·외형적으로 선진국이 독주하고 있는 세계 부품·소재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고 밝혔다.
부품·소재산업이 자본 집약적인 산업인 특성 때문에 우선 조 단위 이상의 매출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집중적인 설비투자가 필연적으로 수반되기 때문이다. 또 조 단위의 매출을 달성하기까지 많은 기간이 필요하지만 일단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면 매출 성장에 가속도가 붙게 돼 규모의 경제를 손쉽게 달성하는 것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실례로 조 단위의 매출을 기록중인 삼성전기는 설립 후 1조원대의 매출을 올리기까지 무려 22년의 긴 세월이 소요됐지만 지난 95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면서 3조원대로 넘어가는 데 걸린 기간은 고작 4년에 불과했다. 게다가 급속한 외형성장으로 이비덴·교세라·무라타 등 일본 기업도 경계 대상 1호로 손꼽을 정도로 성장했다.
◇향후 과제=급속한 외형적 성장에두 불구하고 반도체와 LCD등 편중현상이 두드러진다. 또한 1조원대를 바라보는 기업 가운데 일부는 모기업에 지나치게 매출을 의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전자부품연구원 차종범 본부장은 “일본 주요 부품·소재업체들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해외 수출을 통해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제는 글로벌 차원의 매출 확대와 경쟁력 제고에 힘쓸 때”라고 강조했다.
<디지털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