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중국 가전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하이얼·TCL 등 토착기업들은 저가를 무기로 내수 시장을 장악하는 한편 아이템을 다각화하면서 세계 유명 가전업체들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상해의 한 양판점 내부 전경.
중국이 급속한 경제발전과 더불어 세계 최대의 IT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가전 업계에도 급속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아직까지 향촌(시골)과 도시간의 빈부 격차는 심한 편이지만 도시를 중심으로 중산층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이들을 잡기위한 현지 가전업체와 세계에서 몰려든 가전분야 합작법인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본지는 지구상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의 가전시장과 중국기업들에 대해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상)토착기업들의 반란
(중)확장되는 유통망
(하)브랜드·고부가가만이 살길
단순 수치상으로 중국 가전시장을 접근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는 계산법이지만 중국 시장을 어림잡는 데는 적절한 방법일 듯싶다. 중국은 지난 2002년 말 기준으로 약 13억명에 달하는 인구와 3억5400만가구, 7억개의 방을 갖고 있다. 단순하게 보면 개인화가 돼 있는 휴대폰은 수억개의 시장이 있는 것이고, 가구단위로 사용하는 백색가전 역시 수억개의 시장이 형성돼 있는 셈이다. TV와 에어컨 등은 이제 방마다 사용하기 시작하는 추세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2002년 기준으로 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는 상점들을 집계한 결과 통신을 포함한 가전시장 규모는 대략 1억3700만대에 금액은 274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매년 10%의 성장률을 기록한다고 해도 올해엔 33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렇듯 시장이 크다보니 브랜드가 한둘이 아니다. 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는 매장들만 집계했을 때 TV는 56개 브랜드가, DVD플레이어와 에어컨은 104∼106개의 브랜드가 유통가에 등장한다. 또 냉장고·세탁기 등도 브랜드 수가 50여개가 넘고 GSM이동단말기 브랜드는 40여개에 달한다.
강승구 LG전자 중국지주회사 부사장은 이를 빗대어 “사람들은 중국을 두고 물 반 고기 반 이라고들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고기를 잡으려는 낚시 바늘이나 미끼도 많고, 또 어떤 때는 배를 타고 한 가운데까지 나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어 한국 상품을 판매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은 기회의 땅이라는 사실은 확실해 보인다. 도시의 경우 컬러TV와 냉장고, 세탁기 등의 보급률이 각각 120%, 83%, 93%에 이르지만 현재 중복 및 대체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이미 드럼세탁기의 주력 시장이 8kg이상으로 전환됐지만, 아직 중국은 5∼6kg급이 대세이며, 8kg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냉장고도 아직은 절대 다수가 소형이다. 따라서 이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만 맞추면 계속해서 대체 수요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에어컨과 전자레인지는 보급률이 36%, 28% 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은 지금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엑스포, 그리고 2050년까지 계속될 서부대개발 계획 등으로 경제부흥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가까이는 중국 정부가 2005년까지 중산층을 2억5000만명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언을 할 정도다.
이렇듯 중국 가전 시장은 앞으로 고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토착 기업들은 자국 수요를 최대한 차지하기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창홍·하이얼·갈란츠·SVA 등의 토착 가전 업체들은 그동안 내수형 단일 제품을 주로 생산해왔지만 이제는 글로벌 수출형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으며, 이미 유럽시장과 아시아 시장에는 조심스럽게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맞서 LG전자와 삼성전자를 비롯한 파나소닉이나 소니·지멘스·일렉트로룩스 등 해외 업체들은 고부가가치 핵심 사업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지의 전문가들은 중국 토착기업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고 전한다. 아직까지는 고부가가치 제품분야에서는 중국 기업이 뒤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선진 기업을 따라잡을 날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 부문에서는 토착기업 대 합작기업 간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베이징(중국)=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