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SAP 헤닝 카거만 회장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거나 전세계를 대상으로 기업 활동을 하려면 IT투자를 비용이 아니라 기회로 간주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수적입니다”

 31일(현지 시각) 독일 발도르프 본사에서 만난 SAP의 CEO(최고경영자)인 헤닝 카거만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IT경기 회복세가 내년께 정점에 오를 것이라고 자신있게 전망했다. 지난해 매출 11조원으로 세계 최대의 기업용 SW업체인 SAP를 이끌고 있는 그는 요즘 어려움을 겪는 한국 중소업체에 대해 투명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IT인프라야말로 기업 경쟁력의 기본이라고 충고했다. 다음은 카거만 회장과의 일문일답.

 - SAP의 올해 사업전략을 설명해달라.

 ▲지난해 어려운 IT시장환경에서도 SAP는 주요 경쟁사와의 점유율 격차를 8%까지 늘리고 수익성도 향상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올해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매출을 10% 이상 늘리는 것을 기본 목표로 지난해 발표한 응용프로그램 통합플랫폼 ‘넷위버(Netweaver)’와 ‘마이SAP R/3’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급팽창하는 중소기업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영업전략을 준비중인데 소상공인용으로 개발한 보급형 ERP솔루션 ‘비즈니스 원’을 오는 6월부터 한국 시장에도 선보일 예정이다.

 - 지난해 일본과 중국에 R&D센터를 설립했는데 한국에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 있는가.

 ▲ 현 시점에서 한국에 대규모 R&D센터를 설립할 계획은 없다. 삼성을 비롯한 주요 한국 기업들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맺고 있어 굳이 현지 연구조직을 추가로 설립할 필요는 없으며 일본과 중국에 있는 연구소도 현지 고객지원기능이 우선이란 점을 한국 고객들도 이해해주길 바란다.

 -최근 오라클의 피플소프트 인수 시도는 결국 SAP를 겨냥한 것으로 생각된다. 기업용 SW시장에서 경쟁사들의 위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솔직히 오라클이나 피플소프트는 시장영역이 다르거나 매출 규모의 차이 때문에 진정한 라이벌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해부터 중소기업용 SW시장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는 점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세에 맞서 우리는 ‘비즈니스 원’ 같은 소기업용 솔루션의 유통망을 전세계로 넓히고 새로운 파트너와 공조 체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비미국계 SW회사 중 SAP만이 유일하게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한 비결은 무엇인가.

 ▲지난 30년 이상을 기업용 SW시장을 겨냥해 한 우물만 판 결과라고 본다. 미국계 IT업체에 비해 내수시장이 상대적으로 협소한 독일업체로서 안정된 매출기반을 갖추기 어려웠지만 결국 극복해 냈다. 또 컴퓨터시장 주류가 메인프레임에서 벗어나던 지난 90년대 초반 클라이언트 버전인 R/3를 때 맞춰 출시해 공전의 히트를 칠 수 있었다. 솔직히 운도 따랐지만 SAP는 앞으로도 기업용 SW시장에서 선두를 지키는 데 집중할 것이다.

 - 향후 IT시장의 호황을 이어갈 핵심 성장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우선 컨슈머 부문에선 정보통신과 미디어의 융합이, 또 기업부문에선 기업간 전산시스템의 동질성과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신규 투자가 IT투자를 이끄는 성장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대기업들이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전략을 추구함에 따라 상이한 IT환경을 통합하고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업무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이 기업전략의 핵심과제로 떠올랐다. 유일한 해결책은 기업체 스스로 세계 수준의 IT인프라를 갖추는 것 뿐이다.

 <발도르프(독일)=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