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가전 유통 경기는 현재 호조를 보이고 있다. 상하이시의 경우 지난해 전체 소비금액인 2200억위안(元) 가운데 통신을 포함한 가전 부문이 9.8%를 차지했다. 중국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가전 부문의 경기가 전체 경기 상승속도를 추월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듯 가전 시장이 급속한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중국 가전 유통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한국의 양판점과 같은 개념인 전영점(專營店)의 위세가 날로 강화되는 한편, 그 동안 시 단위의 조직에 그쳤던 유통업체들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전국적 규모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0년만 해도 중국 가전시장의 유통망별 비중은 백화점이 44%로 가장 높고 도매점(경소상) 35%, 전영점 9%, 소매점(영소상) 8%, 창고형할인점 4%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이후 전영점의 매출비중이 빠른 속도로 높아져 2001년 16%로 올라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백화점과 같은 30%에 달했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시장연구소는 내년에 전영점의 비중이 40%에 달하는 반면, 백화점 비중은 26%로 낮아져 전영점 중심의 유통구조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경우 제조업체가 직접 운영하는 전속 유통망의 매출비중이 50%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중국의 유통망은 전영점·백화점·도매상 등으로 제법 다원화돼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마저도 지난해부터는 전영점 중심으로 편중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에도 제조업체의 직영 유통망이 있지만 전영점 위세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전영점들로는 궈메이(國美)·쑤닝(蘇寧)·용러가전(永樂家電)·따중(大中) 등이다. 연 면적 4000∼5000평 규모의 초대형 매장에, 세계의 모든 브랜드가 마치 스탠드바처럼 한 코너씩 차지하고 손님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이들 전영점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체들이 상당액의 진입비를 내야 하며, 이익을 못낼 경우 위치가 교체되거나 퇴출당하기도 한다. 또 매장 디스플레이나 광고판·프로모터·이벤트 비용도 모두 제조업체가 부담하는 등 전반적으로 제조업체는 ‘을’의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 힘겨루기 싸움이 종종 벌어진다. 대표적인 것이 에어컨 제조업체인 꺼리(格力)와 전영점인 궈메이의 에어컨 가격을 둘러싼 분쟁. 이에 따라 중국의 유통업체들은 합종연횡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 용러가전과 따중 등 4개 유통회사들이 모여 구매연합체를 결성했다. 업체들간의 의견 차이로 그다지 성과가 좋지는 않은 편이지만 제조업체에 대해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중국 가전 유통업계에 불고 있는 또 한가지 변화는 ‘전국망으로의 확장’이다. 궈메이의 경우 지난 2001년 지역중심에서 전국 유통망으로 확장했으며, 쑤닝도 지난 2002년부터 전국을 커버하는 유통망으로 서둘러 전환하고 있다. 용러가전 역시 상해 중심에서 벗어나 올해에는 전국 유통망으로서의 면모를 확고히 다질 계획이다.
천쇼어(陳曉) 용러가전 회장은 “중국에 할인점은 많지만 가전 매출의 대부분은 전문점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상해(중국)=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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