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대학 심각한 `갈등`

 통신사업자의 기금으로 추진중인 지역 IT협동연구센터 설립 사업에서 각 지자체와 대학들이 특화분야로 선정된 사업에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면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는 특화분야와 주관대학이 선정된 이후 주도권에서 밀려난 대학과 지자체의 참여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이 사업의 본래 취지인 대학 간 협업연구 및 지자체 간 역할분담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5일 IT협동연구센터 설립 대상지역인 전국 4개 권역에 포함된 각 지자체와 대학들에 따르면 센터 설립을 위한 사업공고를 앞두고 각 권역 내 대학 간에 주관대학 선정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일부 대학 관계자들은 “공정한 경쟁기회를 박탈당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역 IT협동연구센터의 2 권역에 속한 대구경북권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 분야를 육성하기로 대구시와 경북도가 의견일치를 봄에 따라 특화분야 선정과 관련한 잡음은 없지만 주관대학 선정을 놓고 대학 간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다.

경북도와 대구시는 지난달 센터 설립 공청회를 통해 임베디드SW를 지역 특화분야로 선정해 이달 안으로 사업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사업 초기부터 경북대가 주도권을 쥐고 타 대학들의 참여를 권유하고 나서자 대구경북지역 각 대학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영남대와 계명대 등 대구경북지역 대학들은 사실상 임베디드SW 분야를 제안한 학교는 “경대가 아니었는데도 경북대가 국립대의 ‘텃세’를 이용해 정부의 각종 IT사업을 독식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앞으로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제안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사업 불참을 심각히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디지털콘텐츠와 부품소재를 1차 특화분야로 선정한 광주시와 전남도도 특화분야 최종선정을 앞두고 인접 지자체간 경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번 지역 IT협동연구센터 사업에서 광주시는 특화분야로 홈네트워크와 디지털콘텐츠, 부품소재 산업을 선정했으며, 전남도도 디지털콘텐츠와 부품소재 등 2개 분야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각 지자체들은 타 지역보다 경쟁력 있는 분야를 선정받기 위해 타 지자체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또 일부 대학은 두 지자체의 특화분야에 중복으로 참여할 뜻을 비추고 있어 대학 간 협력이 절실한 이번 사업이 대학 간 출혈경쟁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홈네트워크, 텔레매틱스, 부품·소재를 각각 1차 특화분야로 선정한 경남·울산·부산권도 최종 선정에서 의견조율이 되지않아 대학 간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동명정보대학교를 앞세운 부산시는 영화·영상·게임 분야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우위를 보인다면서 디지털콘텐츠의 특화를 주장하고 있으며, 부산대 등 일부 대학은 IT부품·소재 산업을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동명정보대는 당초 지역내 1순위 특화분야였던 디지털콘텐츠가 선정과정에서 밀려난 데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부산대는 부산지역에 산재한 부품·소재 분야 업체들을 활용할 경우 부산이 향후 IT부품·소재 분야를 주도해나갈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부산지역 한 대학관계자는 “지역 내 특화분야 선정과정이 대학들을 양분시키는 심각한 결과를 낳고 있다”며 “공정한 절차에 따라 컨소시엄을 구성해 주관 대학을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차세대 이동통신을 1차 특화사업분야로 내세운 대전·충청권도 사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각 대학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를 비롯해 충남대, 한밭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은 사업 기금을 낸 각 통신사업자들에게 자기 대학이 해당 특화분야의 적임자임을 적극 알리는 한편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인근 대학에 협력 의사를 타진하는 등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IT협력연구센터란=KT,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통신 4사가 조성한 1000억원의 기금(IT펀드)을 출연,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별 250억원의 재원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자체와 주관대학의 대응자금 각 10%씩을 포함, 총 300억원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지방권역 1차 선정된 특화분야

1권역(충북,충남,대전) 차세대 이동통신, 디지털콘텐츠, IT융합

2권역(강원,대구,경북) 임베디드SW, 디지털TV, 텔레메틱스

3권역(경남,울산,부산) 홈네트워크, IT부품소재, 텔레메틱스

4권역(전북,전남,제주,광주) 홈네트워크,디지털콘텐츠,부품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