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팬터지 세상에 오세요.’
한국색과 민족성이 물씬 풍기는 온라인게임들이 크게 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주류를 이뤘던 유럽 중세 판타지풍 제작 열풍은 사그라들고 한국 문화가 배경이 되는 이른바 ‘코리안 팬터지’ 제작 열풍이 게임계를 강타하고 있다.
명성왕후 시해 등 한국 역사를 배경으로 한 온라인 게임이 등장하는가하면 학원을 무대로 한 온라인게임도 나타났다. 서울 시내가 맵으로 등장하거나 고유 문화를 아이템으로 등장시키는 경우도 다반사다.
한국 역사나 시대상을 반영한 온라인게임에는 인티즌의 김태곤이사팀이 개발한 ‘거상’과 ‘군주’ 가 대표적이다. ‘거상’은 조선시대 경제를, 군주는 정치를 주제로 하고 있다. 김이사는 PC게임 ‘임진록’ 시리즈를 꾸준히 만들면서 한국적 게임개발에 일가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몬스터넷의 현대물 ‘이터널시티’도 눈길을 끈다. 몬스터넷은는 명지대 사학과와 제휴까지 맺고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완벽한 한국 역사적 배경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게임 내에서는 일제 시대 강제 징용 열차를 멈추고 우리 동포를 구하는 식의 ‘민족적’ 이벤트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총 300만부 이상 팔린 만화책 열혈강호를 바탕으로 개발된 KRG소프트의 ‘열혈강호온라인’도 한국적 코믹 무협을 근간으로 했다.
아이닉스소프트가 개발한 ‘칼온라인’은 아예 ‘민족혼’을 주제로 내세우고 있으며 민커뮤니케이션의 ‘란온라인’이나 이소프넷의 ‘엔에이지’는 학원·도시 등 현대 한국사회를 그리고 있다. 현대디지털엔터테인먼트의 레이싱게임 ‘시티레이서’에서는 서울 주요 도시가 사실적으로 표현된 광활한 맵이 등장한다.
김태곤이사는 “곰이 마늘을 먹는 퀘스트는 단군 신화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사용자들이 크게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으며 현대디지털엔터테인먼트 김학진 개발팀장은 “서울 시내를 게임 맵으로 제공하니 더욱 현실감 있는 게임이 됐다”고 자평하는 등 개발사 스스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유형오 게임브릿지 사장은 “그동안 게임업체들이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등 외산게임에 영향 받은 온라인 게임들이 크게 성공하면서 이를 모방하는데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최근 한국적 색채의 게임이 많이 나오는 것은 온라인게임의 다변화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류현정 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