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수능강의 일단 `순항`

 지난 1일 개시된 교육방송(EBS)의 인터넷 수능 강의가 당초의 우려와 달리 5일 현재 별다른 장애없이 운용되고 있다. 전용사이트 ‘인터넷수능사이트(http://www.ebsi.co.kr)’ 회원 가입자수도 이날 40만명을 넘었다. 이 수치는 가입자를 모두 수험생이라고 가정할 경우 지난해 수능시험 응시자 64만여명의 62%에 달한다. 예비수험생 10명중 6명정도가 가입한 셈이다.

 이에따라 교육부 측도 “현단계에서 성패 여부를 판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번 시도가 각종 입시는 물론 평등교육 등 사회교육 분야에 인터넷과 IT를 활용하려는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에 큰 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는 등 안도의 숨을 내쉬는 눈치다.

 ◇분산 효과냐, 자발적 회피냐=교육부와 EBS는 동시 웹 접속자 20만명, 동시 주문형비디오 7만3000명, 동시 내려받기 2만명을 감당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국적인 인터넷 장애가 일어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용자가 가장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 지난 주말과 일요일의 최대 이용 시간에도 시스템은 20%만 가동됐다. 이는 “시스템 최대치의 50%를 넘어서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긴장해야 한다”는 EBS측의 기준에도 턱없이 못미치는 수치다.

 이를 놓고 교육부와 EBS는 다양한 분산 정책이 효과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국제교육정보화국 박경재 국장은 “개인 다운로드 허용, 강의 탑재 시간 조정, 피크 타임 접속 제한, 방송 시청 유도 등으로 접속 폭주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방송국 또는 포털을 이용한 수능 강의 배포 계획도 다시 논의할 상황이라고 했다.

 ◇‘준비부족’ 지적도=그러나 시스템 가동률 20%를 놓고 다른 해석도 나오고 있다. EBS 강의와 교재를 수능 시험과 연계한다고 정부가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이용자가 저조한 것은 교육부와 EBS가 강의를 단기간에 준비하다보니 곳곳에 미흡한 점이 드러나 학생들이 외면한다는 것이다. 한 학습지 출판 업체는 EBS의 이번 수능 강의 교재를 분석하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정 속에 교육부가 무리하게 추진하다보니 교재 완성도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라고 평가했으며 한 수험생은 “온라인 사교육 업체보다 낮은 화질과 부족한 강의수로 학생들 사이에서 기대만 못하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교육으로 ‘확대’기대=EBS수능강의 직후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인터넷수능방송이 시작된)1일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2·17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단순히 과외비를 줄이자는 목적 보다는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창의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21세기형 인재 육성으로 교육이 전환된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도 “통신과 방송의 융합되는 혁명적인 시대가 이제 시작됐다”고 말했다. 교육부총리와 정통부 장관의 이같은 기대는 일단 순조롭게 실현되고 있다. 인터넷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스타’ 강사의 강의를 들으며 수능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입시에 국한돼 있지만 평생 학습 및 평등 교육의 출발인 셈이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각 시·도 교육청에서 EBS와는 별도로 농어촌 및 저소득층 등을 위한 사회교육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BS 수능 방송이 안정화되면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방송 외에도 평생 교육과 평등 교육을 위해 e러닝을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