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MS시장 이상징후

한국오라클이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DBMS(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 시장에 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기업용 솔루션 시장 공략에 나선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SQL 서버를 내세워 DBMS 시장의 다크 호스로 부각되고 있으며 한국IBM도 금융권과 SMB 부문을 집중 공략,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티맥스소프트·알티베이스·한국컴퓨터통신 등 국산 DBMS 업체들까지 오라클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 DBMS 시장이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들은 한국오라클이라는 절대 강자를 ‘공동의 목표’로 삼고 가격 경쟁도 불사할 태세여서 애플리케이션에 이어 DB 분야의 가격 하락도 예상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전체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한국오라클이 금융이나 제조, 통신업종 분야의 거대 기업들을 든든한 수요처로 확보하고 있어 경쟁사들이 이 벽을 뛰어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장터는 금융·SMB=최대 전장지는 금융권이 될 전망이다. 후발주자들은 무엇보다 ‘오라클의 서비스 유지·보수료 정상화’에 대한 금융권 민심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적극 공략할 태세다. 지난해 10% 대의 성장률을 기록한 한국IBM은 특히 지난 하반기 몇몇 금융권을 수요처로 확보하며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제품 출시 초기부터 금융권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티맥스소프트 역시 올 목표로 세운 100억원 규모의 DBMS 매출 중 최소한 3분의 1이 오라클 수요처 윈백으로부터 나올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SMB 시장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각사가 정의하는 SMB 목표 시장이 일치하지 않지만 어차피 투자에 나서는 기업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동일한 시장을 놓고 접전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오라클 추격전 본격 나선다=한국오라클에 도전장을 낸 업체들은 이미 시장에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IBM 외에도 한국MS와 티맥스소프트가 대표적이다.

 한국MS는 하반기부터 대기업 시장에서 한국오라클의 독주를 막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유닉스 기반 오라클DB’라는 조합은 아직 깨기 힘들더라도 윈도 기반의 DB 시장만큼은 SQL서버로 대체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한국MS는 7월부터 ‘윈도용 DB는 SQL서버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내용의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SQL서버 분야에서 316억원의 매출을 올린 한국MS는 올해 15% 정도 성장, 340억∼360억원의 매출 목표를 세웠다.

 호웅기 한국MS 차장은 “과거에는 SQL서버가 오라클 DB 가격을 깎기 위한 들러리 역할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는 분명한 경쟁 상대로 자리를 잡았다”며 “대기업에서 SQL서버 매출의 50% 정도가 나왔는데 올해는 이를 6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6월 ‘티베로’ 라는 국산 DB를 출시하는 티맥스소프트는 올해 금융권 계정계 공략은 힘들겠지만 정보계를 중심으로 한 100여개 수요처 확보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티맥스소프트는 9월 경에 실제 준거사이트(레퍼런스) 관계자들이 직접 나와 제품의 안정성을 증명해주는 대규모 세미나까지 계획하고 있다.

 ‘유니SQL’이란 제품으로 공공시장에서 영업력을 발휘하고 있는 한국컴퓨터통신은 지난해 5월 자료관시스템 시범운영기관인 강원도청에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인 ‘유니SQL’을 공급하면서 주목받았다. 한국컴퓨터통신은 올해 자료관 외에도 향후 플랫폼이 결정될 예정인 NEIS 등 공공시장을 겨냥, 영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금융·통신 등 민간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메모리 인 DB로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 알티베이스도 하반기에는 메모리 인 DB와 상용DB 기능이 함께 탑재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고 상용 DB시장에 나선다.

 ◇한국오라클, SMB 시장에서 결전 채비=“DB 윈백, 말로 되는 것 아니다” 후발 DB 주자들의 추격에 대한 한국오라클측의 속내다. 대부분은 “대형시장에서 이같은 분위기가 대세로 흘러가기까진 무수한 시간이 걸리고 아직 우려할 만 상황은 아니다”라는 게 오라클 내부의 분위기다.

 한국오라클은 오히려 SMB 시장에서 한국MS 등 경쟁사와 일대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김일호 영업총괄 부사장은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는 한국MS에 대해선 “2년 정도 후엔 한국MS가 차지하고 있는 SMB 매출과 동등한 수준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오라클은 ‘오라클 9i 스탠다드 버전’이 ‘MS 스탠다드 엔터프라이즈 버전’ 보다 오히려 싸다는 점을 강조한다. 엔터프라이즈급의 안정된 DBMS 성능을 구현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이 앞선다는 것. 또 클러스터 기능(랙)이 포함된 10g의 경우 올해부터 본격 판매될 것으로 기대, SMB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한국MS와 한판승을 자신하고 있다.

 한국오라클은 지난해 윈도 기반의 스탠다드 버전을 50% 할인 판매하는 기획행사는 물론 솔루션업체와 공동 세미나 등 판매 확대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또 지난해 디스트리뷰터로 선정한 대상정보기술과 8개 전문 파트너사들이 2차 채널 확보 및 영업 확대에 나설 수 있도록 간접판매 지원에 힘쓸 계획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