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만 해도 세계적으로 600개의 백신 업체가 있었지만 현재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업체는 세 손가락 안에 듭니다. 2004년 현재 네트워크 보안 업체는 수천개가 있지만 과연 3년 후에는 몇 개가 남아 있을까요? 생존의 키워드는 IT 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전략입니다."
6일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트렌드마이크로의 연구센터인 트렌드랩에서 스티브 창 회장은 아시아태 지역 7개국 31명의 기자에게 변화에 둔감한 기업은 도태되기 마련이라고 단언했다.
창 회장이 말하는 변화의 핵심은 유틸리티 컴퓨팅이다.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전기처럼 우리 주위의 모든 단말기를 이용해 각종 IT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온다는 말이다.
창 회장은 유틸리티 컴퓨팅으로 보안 산업도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틸리티 컴퓨팅이 자리를 잡으면 모든 단말기에 보안 기능이 기본적으로 들어간다. 바이러스나 해킹 등 새로운 위협이 등장할 때 신속하게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창 회장이 그리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강력한 네트워크 바이러스가 등장하면 누가 이른 시간 내에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해 대응 능력을 갖추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세계 곳곳에 연구 개발 인력을 두고 있는 글로벌 보안 업체가 이 서비스 비즈니스의 주역입니다.”
스티브 창 회장은 보안 업계가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기가 3년내에 올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모바일 단말기를 노리는 바이러스나 해킹이 등장할 경우 그 시기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창 회장은 이를 위해 지난 97년 설립된 트랜드랩을 강화했다. 이제는 마닐라뿐 아니라 타이베이, 도쿄, 파리, 새너제이 등 각 대륙별 거점에 트랜드랩을 만들었다.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거듭해 이제는 신종 바이러스가 등장했을 때 10분 내에 초동 진압을 하고 45분 내에 감염된 모든 컴퓨터의 치료와 재감염 방지 환경을 만들었다. 이 기술은 한국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최근 급격히 많아지고 있는 네트워크 업체와 보안 업체의 합병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인수합병보다는 협력이나 제휴가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
“인수합병은 모든 기술의 공유와 문화의 융합이 전제돼야 하는 것이 위험 요소입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필요한 기술과 마케팅 노하우만을 공유하는 제휴가 효과적일 것입니다.”
창 회장은 특히 “보안 전문 업체일수록 다양한 제휴와 협력을 모색해야하며 한국의 보안 업체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충고했다.
<마닐라=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