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기자의 콘텐츠 읽기](8)게임의 이면(異面)

 “애야, 고스톱 쳐서 40만원이나 땄단다. 돈 부쳐줄테니 계좌번호를 알려다오.” 어느 친구가 들려준 얘기다. 온라인 고스톱을 쳐서 40만원을 벌었으니 아들에게 부쳐주겠다는 어머니의 전화였다고 한다. 혹시 어머니가 도박을 하나 했는데, 이야기인 즉 온라인 고스톱이었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실화다.

 집에 계시는 어머니가 무료해 보여 온라인 고스톱을 알려드렸더니 매일 컴퓨터 앞에서 떨어질 줄 모른단다. 급기야 어두운 눈으로 높은 승률을 자랑하며 사이버머니까지 획득했다. 소일거리가 전업으로 바뀌어버린 친구의 어머니는 사이버머니를 실제 돈으로 착각한 것이 분명한 듯하다.

 친구의 어머니는 아직도 의아해한단다. 사이버 머니는 실제 통용되는 돈이 아니라고 친구가 몇번씩이고 일러주었으나 온라인 고스톱을 칠 때면 그러한 사실을 잊은 듯하단다. 오히려 치매예방으로 알려주었던 온라인 고스톱에 중독된 것 아니냐고 되레 걱정이다. 그의 걱정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재미삼아 심심해서 한 것이 어느 순간에 현실과 가상을 혼돈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친구 어머니의 경우는 애교 수준이다. 고령의 나이에 사이버머니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진 촌극 정도로 봐 줄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게임에 중독된 상당수 네티즌들의 심각성은 그냥 넘겨버릴 수준이 아니다. 한 조사 결과 인터넷 이용자의 6∼7%가 심각한 ‘중독현상’을 보였다. 이들의 경우 학습장애, 이혼, 사회부적응 등의 중병을 앓고 있다. 생활을 편하게 하는 IT환경이 결국 또 다른 소외계층을 낳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게임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사이에 다른 한편의 문제는 더욱 커져 가고 있다. 70년대 정부주도의 공업성장 정책이 ‘빈부의 골’을 깊게 했듯, 마찬가지로 한 산업발전 이면에는 반드시 또 다른 문제를 낳는가 보다. 정부가 나서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친구의 어머니가 사이버머니와 실제 돈을 헷갈리지 않을 정도의 사회적 인식, 계속 늘어만 가는 ‘중독자’들을 구제하는 길이 시급하다. ‘도리’를 안다면 그 길에 업계가 나서야 할 때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