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과 인문학은 융합될 수 있을까.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길 방안으로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이 의제로 부각되면서, 과학기술 사고를 극복하는 시도로 인문학과의 결합이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인문사회연구회(이사장 최송화)가 주최한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만남’이란 주제의 인문정책포룸에서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과학기술의 한정된 사고를 극복하기 위해서 인문학적 상상력이 목마르다”며 “실험실에서의 과학기술 진보가 사회적으로 건강한 것인지, 21세기 인류의 삶을 바람직하게 이끌 것인지는 인문학자들이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포룸에서는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 줄기세포 배양 연구처럼 과학기술의 획기적 진보가 역사적, 인류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인문학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국민대 김환석 교수는 “생명과학자를 포함한 과학기술인들의 윤리적 책임을 고양할 만한 교육은 전무한 형편이며 과학자가 철학적 사고를 할 기회도 없었다”라며 “과학기술이 사회에 대중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낼 통로 개척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방송대 이필렬, 중앙대 강내희, 고려대 문희경 교수 등 인문학자들은 “돼지의 장기를 이식한다면 이식받은 사람의 정체성 혼란 등에 대해서는 과학기술 차원에서는 전혀 논의되고 있지 않다”며 “체세포를 이용한 배아 복제도 큰 윤리적 함정을 안고 있는 만큼 인문학자들의 비판과 견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황우석 교수는 “인문학은 자연과학이 접근할 수 없는 넓은 안목이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은 필수다”며 “과학기술은 인문학적 상상력의 날개를 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벽을 허물자는 주장은 과학기술 전문가 및 인문학자들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돼 왔으나 인문사회연구회의 포룸을 시작으로 각종 학술·사회단체를 통한 과학기술, 인문학의 융합이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도 최근 KAIST 강연회에서 “과학기술자들이 균형감각을 가지고 인간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려면 철학, 역사, 윤리 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고등학교 때부터 문·이과를 통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고려대 과학기술학협동과정 대학원 김문조 주임교수(전 총리정책자문위원·사회학)도 “사회현상이나 사회문화를 이해하지 않는 과학정책이나 과학문화 정의는 무의미하다.”라며 “과학과 사회의 만남을 위해 과학기술인과 사회학자의 공동활동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