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가 올해를 기점으로 말 그대로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난다. 알려진 대로 국가 과학기술혁신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과기부 중점 기능의 전환작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과기부에 거는 기대는 과학기술계는 물론 전국민들로부터도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더욱이 4.15총선 이후 정부개편과 맞물려 과기부장관이 기술부총리로 격상돼 범국가적인 연구개발 기획·조정·평가역할을 수행하게 될 예정이어서 더욱 더 주목 받고 있다.
올해 과기부 사업 가운데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추진하는 ‘사이언스 코리아운동’의 대대적인 전개 움직임이다. 과기부는 이 운동을 통해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이해 제고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 △이를 통한 제2의 기술입국 토대 다지기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잇다.
과기부는 또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방과학기술의 혁신, 동북아 연구개발 허브(Hub) 구축, 이공계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서도 적극 나서고 있다. 6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오명 장관을 만나 주요 현안과 정책과제 추진현황을 들어봤다.
(※만난 이=이재구 경제과학부 부장)
-오늘로 취임하신 지 100일인데 4월 과학의 달과 맞물렸습니다. 매년 4월이면 과학의 달(21일 과학의 날)에 즈음한 다양한 과학문화확산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오는 21일 공식 선포될 ‘사이언스 코리아 운동’이 과학문화 대중화의 기폭제가 되리라는 안팎의 기대감이 높습니다만 2005년 이후까지 지속될 ‘국가의 과학하는 분위기’를 이어갈 장기적인 계획이 있습니까.
▲사이언스 코리아 운동은 국민의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첫번째 목표입니다. 정부의 과기 정책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범사회적 과학기술문화 확산운동의 성격이 될 것입니다. 향후 장관이 바뀌더라도 이 운동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민간 주도형 형태로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황우석 교수 후원회처럼 민간 주도로 운동이 펼쳐져야 하고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재정경제부, 교육인적자원부, 산업자원부 등 유관 부처별로 이공계 일자리 창출에 관한 정책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장관께서는 그 선결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수 연구인력에 대해서는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 과기부의 기본 방침입니다. 얼마전 생명연구원의 억대 연봉자 프로그램도 이러한 정책의 일환입니다. 또 최소한 과기부 산하 연구소 등에 대해서는 우수한 실적을 낸 연구원들이 정년 이후에도 연구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지원해 나갈 계획입니다.
벤처기업에 대한 적극적 지원도 절실합니다. 지식기반사회에서 국부창출의 엔진은 기술혁신이고, 그 주역은 과학기술인입니다.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우수한 이공계 인력을 활용해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과학기술인들이 벤처기업을 통해 기술을 상업화하는 길(지원)을 열어주도록 과기부도 지원체계 손질에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대기업들도 미래 기술에 대한 자체 투자는 물론 미국처럼 내실있는 벤처의 기술을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고 인수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의 주역이 될 출연연구소와 대학내 연구원들이 불안정한 신분으로 인해 연구개발에 전력투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덕단지내 일부 출연연구소의 경우 연구개발 인력의 60%가 비정규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떠한 대책이 있습니까.
▲출연연구기관은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정규직은 물론 많은 비정규직 연구원을 활용중입니다. 연구개발사업의 특성상 비정규직 활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의 주춧돌이 될 우수 인력이 비정규직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사장되는 것은 국가적 손실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출연연구기관이 ‘인력저수조(Reservior)’로서 신진 우수 인력을 최대한 흡수하고 산업계와 연구계가 필요로 하는 인력으로 양성·배출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할 것입니다. 고용확대 측면에서도 비정규직에 대한 정당한 처우를 보장하고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하는 내용의 정책을 마련하겠습니다.
또 출연연의 연구개발 규모에 합당한 정규인력을 확충하되 정규직 채용시 ‘우수한 비정규직 연구원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도록 유도할 계획입니다.
-초·중·고교의 과학교육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과학기술계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나름대로의 구상을 갖고 계십니까.
▲현재의 수학·과학교육 구조로는 교과서에서 배우는 원리가 왜 중요하고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제대로 가르치기 어렵습니다. 이는 어려운 공식을 외운 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들이 수학·과학을 어렵고 재미없는 과목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거죠. 이에 따라 중·고교 학생들의 과학수업 만족도가 각각 45.1%, 31.5%로 고학년으로 갈수록 외면하는 추세입니다.
과기부는 앞으로 청소년들이 실생활과 관련된 소재와 재미있는 실험·탐구 활동을 통해 쉽게 수학과 과학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교육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습니다. 이를 위해 수학·과학 교과서가 교육현장에서 사용될 때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분석하고 일부 학년 교과서를 시범적으로 개발해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입니다.
-범국가 과학기술 기획·조정 역할과 이에 따른 세부 집행업무를 유관 부처로 넘긴다는 과기부 정책방향으로 인해 산하기관들의 촉각이 곤두서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원자력, 우주항공, 프론티어사업 등 기초과학분야 연구원들은 지난 10여년 간 쌓아온 국가 R&D 지원 체계와 문화가 한꺼번에 바뀌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과기부 조직 개편과 관련한 기초 연구 부실화 우려를 불식시킬 방안은 무엇입니까.
▲국가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기초연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과기부는 앞으로 국가 연구개발을 총괄 기획·조정하고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데 주력하고 산자, 정통부를 비롯한 유관 부처들을 ‘하나의 팀’으로 조정하게 될 것입니다. 이같은 체제에서는 공무원들이 어느 부처에 속하든 상관없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유관 부처간의 직원 순환보직이 활발해질 것입니다. 지난 94년 건설부와 교통부를 통합(건설교통부)할 때에도 불과 4시간 만에 인사를 마무리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졸속인사’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두 부처의 유관업무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전체 인력의 50%를 재배치하면서도 통합으로 인한 업무공백을 없애는 성과를 냈습니다. 국가 공무원은 언제 어디서 어떤 종류의 일을 맡기더라도 소화할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초연구의 부실화를 우려할 필요도 없고 부처 기능개편을 둘러싼 걱정도 기우에 불과합니다.
-장관 취임 이후 동북아 과기협력 추진과 함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후센터 한국 유치 성사 등 과학기술 국제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실질적인 과학기술 중심(허브)국가로 우뚝 서기 위한 전제조건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최근 APEC 과학기술장관회의에서 기후센터(ACC)와 국제분자생물사이버랩(eIMBL)의 한국유치를 성사시켰습니다. 한·중·일 과학기술장관회의 신설, 동북아 과학기술협력프로그램 창설을 위한 주변국과의 합의를 도출하는 성과도 있었습니다.
글로벌 과학기술자원이 유입·교류되는 중심국가로 육성하는 데는 기본적으로 △창의적 연구인력 양성 △핵심기술역량 제고 △연구개발 하부구조 선진화 등 국가과학기술혁신체제(NIS)의 체질 강화노력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과기부는 연구개발 허브 구축의 촉진자 내지 조정자입니다. NIS 구축방안을 주도적으로 수립, 추진하고 동시에 해외 우수연구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종합지원대책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대덕 연구개발 특구 육성, 동북아 기술경영대학원 육성 등 국가적으로 공동 활용할 수 있는 기반도 구축할 것입니다.
-대덕연구단지 외에 지방분권화 정책에 걸맞는 여타 지역의 과학기술 특성화 및 특구지정이나 육성계획이 있습니까.
▲지역별 특화분야를 중심으로 ‘지방주도-중앙지원’의 원칙하에 과학기술 역량을 높여 나가겠습니다. 구체적인 지원시책으로 4개 지역연구개발클러스터를 구성(80억원)하고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을 설립(200억원)할 계획입니다. 또 부산의 하이테크부품소재연구센터, 전북 순창의 장류연구소 등 8개 지역특화연구소를 설립하기 위해 올해에만 105억원이 투입됩니다.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정리=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오명 장관은…
지난 94년 12월 충남 연기군 전의면과 전동면을 잇는 길이 4㎞의 경부고속철도(KTX) ‘운주터널’의 관통식이 열렸다. 터널 관통을 위한 발파작업이 끝나고 건너편 빛이 보이자 오명 건설교통부 장관(94년∼95년)의 두 팔이 하늘로 치솟으며 ‘만세’를 외쳤다.
운주터널은 천안∼대전간 KTX의 최고 운행속도(시속 300㎞)구간으로서 고속차량의 통과압력을 견딜 첨단 터널을 국내기술(대우건설)로 시공했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64)은 오랜 공직생활을 하면서 국가 대형사업과 관련 정책의 중심에 있었다. 지난 66년 육군사관학교 전임강사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이래로 체신부, 교통부, 건설교통부 장관을 거쳤고 데이콤 초대 이사장, 동아일보 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산·학·관·언론계를 두루 섭렵했다.
특히 업무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참여정부 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임명된 후 ‘국가 과학기술혁신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오 장관의 이같은 과학기술 중흥의지는 지난 93년 8월부터 11월까지 93일간 열린 대전세계박람회(엑스포)의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할 때부터 남달랐다. 무엇보다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을 양성하자는 견해로 과학기술계의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주요 경력
▲1966 육사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1979 국방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1980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공자원분과 위원
▲1981 체신부 차관
▲1987 체신부 장관
▲1989 대통령 과학기술ㆍ교육정책자문위원
▲1993 교통부 장관
▲1994 건설교통부 장관
▲1996 데이콤 이사장
▲1996 동아일보 사장ㆍ회장
▲2002 아주대학교 총장
▲2003.12 과학기술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