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회사 CMO]­김형렬 레인콤 부사장

“냉엄한 디지털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MP3플레이어 브랜드 ‘아이리버’의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김형렬 레인콤 부사장(41세)은 “그 동안은 산을 오르기 위한 과정이었다. 다만 그 산이 예상외로 높았다”며 지난 4년간의 고충을 에둘러 말했다.

김 부사장은 99년부터 2000년까지 2년간 레인콤의 반도체 유통사업 부문을 담당한 뒤 지난해 6월까지 홍콩에 머물면서 레인콤 홍콩·아이리버홍콩 등 해외법인 설립작업을 주도했다. 이후 귀국해 올 초부터 아이리버의 글로벌 마케팅 계획을 기획·수립, 국내외 시장에서 진행하고 있다.

그는 “기업공개(IPO)와 지난해 매출실적을 바탕으로 험난한 산 하나는 오른 것 같다”며 “벤처형 비즈니스 산업인 MP3플레이어가 디지털시대를 맞아 메인스트림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대기업들과의 경쟁이라는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이 막대한 광고와 마케팅 비용을 통해 HDD타입 MP3플레이어 시장을 키운 것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의 공격적 마케팅은 올해 국내 MP3P 시장점유율 확대는 물론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순기능을 할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기업의 연속성은 기술력, 브랜드, 마케팅 등 3가지 요소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며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든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롱런할 수 있도록 브랜드 파워 강화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애플이 지난해 판매했던 하드디스크(HDD)타입 MP3P 아이팟 200만대중 140만대 이상이 마케팅과 브랜드력을 바탕으로 판매됐던 데 비해 아이리버 브랜드파워는 레인콤이 갖춘 마케팅 및 기술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인지 김 부사장은 최근 김대영씨가 지은 ‘명품마케팅 브랜드, 신화가 된다’ 등 브랜드 마케팅 관련 서적을 찾아 읽으면서 브랜드 공부를 하고 있다.

그는 “초창기에는 어얼리어댑터를 위한 기술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대기업과의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브랜드가 진정한 자산이자, 향후 비즈니스 활동과정에서 무기”라면서 올해 마케팅 활동의 초점은 아이리버를 명품(Luxury Goods)으로 육성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브랜드 정책의 연장선에서 레인콤은 오는 4월 프랑스 전자양판점 푸낙(Funac)을 비롯해 5월 미국 시어스백화점, 영국 딕슨에서 아이리버 MP3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 부사장은“아이리버 브랜드에 대한 지역별 편차를 줄이기 위해 해외에서 잡지 등 인쇄매체 광고비중을 높여나갈 예정”이라며 “하지만 당분간 월마트, K마트 등 대형 할인점 입점을 통한 매출확대는 시도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일이 없는 회사, 기업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없는 기업은 디지털 시대에서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며 레인콤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켜봐 달라고 주문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