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양극화는 이제 새롭거나 놀랍지도 않은, 지극히 교과서적인 경제현상 중 하나로 치부될 정도다. 단지 ‘부익부 빈익빈’이니 ‘계층간 빈부격차’니 하는 사회적 현상만이 양극화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일선 유통가는 이같은 분석조차 “배부른 소리”라며 손사래를 친다. 이런 경제·사회적 현상마저 철저히 마케팅화해, 한 개라도 더많은 물건을 팔아야하는 것이 그들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마케팅으로 승부=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그나마 ‘곡소리’는 안난다는 서울 용산 전자랜드 2층 매장. 인근 집단상가 중에서도 가장 고급스럽고 깔끔한 상가로 꼽히는 전자랜드내 2층은 하이앤드급 오디오 등 프리미엄 외산가전 등을 전문 취급하는 탓에 ‘내수불황 무풍지대’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전자랜드 수입전자 상우회 관계자는 “불경기일수록 미우나 고우나 프리미엄 제품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이마트는 지난해 12월 강남구 신사동 안세병원 사거리에 1000평 규모의 ‘압구정점’을 개장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매장면적 1000평에 100대를 동시 주차할 수 있는 공간까지 확보, 하이마트 전 점포 중 최대다.
명품관의 기치를 내건 이 압구정점의 지난 1분기 PDP TV 매출액은 같은 강남지역내 타지점에 비해서도 3.1배나 많다. 반면 일반 브라운관 TV는 1.3배 덜 팔렸다.
관련 업계는 이같은 판매 실적차에 대한 원인을 입점 상권뿐 아니라 특화된 마케팅에서도 찾는다. 일단 압구정점은 기존 타매장에 없던 각종 VIP급 서비스가 집중돼 있다. 약 3∼5평 면적에 독립공간으로 꾸며진 ‘골드회원 전용 상담코너’에는 고급 2인용 쇼파와 테이블, 각종 잡지 및 다과 등이 구비돼 있다. 하이마트측은 이를 향후 모든 신설점에 적용할 계획이다. PDP TV, 홈씨어터 등 하이앤드형 제품을 직접 조작해 볼 수 있는 ‘AV체험관’을 비롯해 안마기 등이 구비된 ‘릴렉스 존’ 등도 프리미엄 마케팅의 한 단면이다.
△“이래도 안살래” 초저가 마케팅=프리미엄 마케팅과는 정반대로, 할인점 등 서민형 유통채널들은 ‘초저가 마케팅’으로 승부를 한다.
지난주 국내 유통가의 최대 이슈중 하나는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반값세일’ 마케팅이었다. 이 회사는 창립 5주년을 맞아 150여개 품목을 50∼60%까지 깍이주는 대규모 행사를 실시한 결과, 행사 시작일인 지난 1일부터 5일까지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기존점 기준) 48%의 매출신장율을 기록했다. 홈플러스측은 행사상품 물량을 평소보다 충분히 확보해 두었음에도 불구, 절반값 이하로 판 일부 품목은 물량부족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 회사 강병호 프로모션팀 차장은 “오랜 불경기로 인해 지갑을 선뜻 열지 못했던 고객들도 생필품을 반값에 살 수 있는 기회를 이용, 알뜰쇼핑을 즐긴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같은 호응에 힘입어 극심한 불경기속에서도 50% 가까운 매출신장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