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해외투자 나선다"

초대형 글로벌 투자조합 결성 `잰걸음`

국내 벤처캐피털업체들이 해외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B네트워크, 한국기술투자, 스틱IT투자 등 벤처캐피털업체들은 올해를 해외시장 진출 원년으로 삼는다는 목표하에 기결성, 또는 새롭게 조성하는 투자조합을 바탕으로 해외 투자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특히 일부 업체는 이를 위해 1억∼5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글로벌 투자조합을 결성하는 등 공격적인 움직임이어서 침체일로에 빠져 있는 국내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황=KTB네트워크는 지난달 말 일본 벤처캐피털업체인 JAIC와 1억달러 규모의 한·일 투자조합을 결성키로 합의했다. 두 회사는 50%씩 재원을 마련해 펀드를 결성할 방침이다. 한·일뿐만 아니라 미국·홍콩 등 다른 국가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이 업체는 이와 별도로 올 상반기에 1000만달러 규모의 한·중 투자조합을 결성키로 했다.

 한국기술투자도 최근 조직을 국내와 해외분야로 정비하고,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업체는 조만간 3억∼5억달러 규모의 대형 사모펀드를 조성, 국내와 해외에 각각 60%와 40% 투자할 방침이다. 또 1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스타펀드’를 결성, 해외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국내기업에 투자한다.

 스틱IT투자는 지난 2002년 1억달러 규모로 조성한 ‘코리아 글로벌 IT펀드’를 재원으로 해외투자에 뛰어든다. 이 업체는 펀드 조성 후 확보한 미국과 일본 등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 올해 400억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밖에 LG벤처투자는 지난 2002년 결성한 ‘LG머큐리펀드’를 재원으로 올해 20억∼40억원 가량 을 해외에 투자한다는 목표다.

 ◇왜 해외인가=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코스닥 등록요건 강화 등으로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반면 해외 시장은 꾸준한 회복 추세를 보이는 때문으로 파악된다. 단적으로 미국 나스닥의 경우 최근 2000선을 회복했다. 특히 지난해 말 벤처기업이 대거 상장하는 등 투자 회수 기회가 크게 늘고 있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동원 한국기술투자 사장은 “지난 90년대 말과 비교하면 국내 벤처투자 상황은 너무나 열악해 졌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시장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대반 우려반=일단 업계는 국내 벤처캐피털 시장이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 지난해부터 과당경쟁 양상까지 띠고 있는 만큼 이같은 추세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김형수 부장은 “해외 투자가 결실로 이어질 경우 업체의 실적 개선뿐만 아니라 국내 벤처기업들이 해외에 나갈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외투자 경험이 있는 A벤처캐피털의 관계자는 “외국기업에 투자해 상장시키는 등 성공 케이스도 여럿 있지만 평균적으로 볼 때 국내투자에 비해 실적이 나빴던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벤처캐피털은 투자뿐만 아니라 관리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측면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