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성장동력포럼이 주관하고 과학기술부와 전자신문이 후원하는 제7회 차세대 성장동력 테크노 좌담회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지능형로봇 발전 전략’을 주제로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석한 성균관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서는 김문상 21세기 프런티어사업 인간기능 생활지원 지능로봇 기술개발사업단장, 오상록 정통부 지능형 서비스로봇 프로젝트 매니저, 변증남 한국과학기술원 전자전산학과 교수, 김진오 광운대 정보제어공학과 교수, 신경철 유진로봇틱스 사장 5명의 산·학·연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좌담회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 참석자
김문상 박사(21세기 프런티어사업 인간기능 생활지원 지능로봇 기술개발사업단장)
오상록 박사 (정통부 지능형 서비스로봇 프로젝트 매니저)
변증남 박사 (한국과학기술원 전자전산학과 교수)
김진오 교수 (광운대 정보제어공학과 교수)
신경철 사장(유진로보틱스 사장)
사회:이석한 교수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사회(이석한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차세대 성장동력의 하나로 선정된 지능형 로봇 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을 말해 달라.
◇김문상(21세기 프런티어사업 인간기능 생활지원 지능로봇 기술개발사업단장)=세계적으로 로봇 발전을 위한 방법론은 다양하다. 인간을 닮은 메커니즘을 개발하는 일본, 우주·군사로봇 중심의 미국 등이 있다. 우리는 지능을 기본으로 한 서비스 로봇산업을 특화·발전시켜야 한다. 소프트웨어는 물론 각 부분을 모듈화 개방화해야 한다. 모듈화된 소프트웨어 컴포넌트가 필요하며 이는 로봇은 물론 다른 분야로 파급될 수 있다. 로봇 시장은 로봇 컨버전스가 등장하는 등 매우 특수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로봇을 중심으로 다양한 디지털 매체가 결합해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로봇 등이 나타날 것이다. 로봇 산업 발전을 위해선 단순한 아이디어나 콘텐츠가 아니라 센서나 액추에이터·지능·디자인 등 인프라 분야의 확충을 통해 관련 콘텐츠 산업이 로봇 컨버전스란 이름으로 형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 주요 기간산업과의 연관이 절실하다.
◇김진오(광운대 정보제어공학과 교수)=산자부는 5년 이내 산업화될 수 있는 과제를 선정해 첨단 제조용, 가정용 서비스, 필드 로봇 등 3개 과제를 시작한다. 이와 함께 관련 산업과 전문 인력, 인프라 구축 등이 추진된다. 산자부는 로봇 산업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대한 모델링을 했다. 로봇은 PC산업과 같이 분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은 앞으로 모두 분업화돼 대량 생산 체제로 바뀔 것이다. 기업이 제품을 개발하는 역할을 하고 정부는 관련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로봇의 고객이 되는 업체와 같이 산업을 육성하는 형태로 추진한다.
◇오상록(정통부 지능형 서비스로봇 프로젝트 매니저)=정통부 역시 기술개발보다는 산업화에 목표를 두고 있다. 시장 형성과 규모 및 현재 산업화 정도 등의 기획 작업을 했다. 로봇은 90년 말부터 서비스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으나 아직 초기 단계다. 가장 큰 문제는 로봇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높아야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로봇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격을 낮추는 것이 로봇이 넘어야 할 산이다. 이런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것은 IT와의 접목뿐이다. 네트워크와 IT라는 인프라에 연결되는 새로운 단말기가 바로 로봇이다. 지나치게 높은 일반 사람들은 로봇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것도 시장 형성의 관건이 될 것이다.
◇사회=지능형 로봇의 기술과 시장 현황에 대해 논의해 보자.
◇변증남(한국과학기술원 전자전산학과 교수)=지금까지 우리가 로봇에 접근한 방식을 보면 기계공학이나 전자공학, 전산 등 각자 자기가 보는 방향에서 시도했다. 또 이들이 산업계에 나가면 다른 방향에 대한 공부는 어깨 너머로만 배워왔다. 로봇은 전자·전기·재료를 지나 산업디자인과 심리학·정신분석학 등 여러 가지 기술이 혼합된 형태의 종합기술총합체로 발전시켜 가야 한다.
◇신경철(유진로봇틱스 사장)= 로봇이 국내에 소개는 많이 됐지만 제품으로 만들어져 소비자에게 정착되지는 못했다. 성급하게 로봇을 시장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아직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로봇 기술에 도달하지 않았다. 로봇이 한두 가지 패턴의 제조로 규정지어지지 않는다. 자동차보다 훨씬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기대된다. 로봇은 다른 유행산업과 달리 10년 이내에 끝나지 않는다. 로봇을 통해 인간 지능을 구현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런 기반을 감안할 때 서두르지 않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사회=로봇의 산업화에 가장 큰 걸림돌인 가격과 이에 대한 혜택의 문제를 해결할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김문상=자동차에서 가격대비 이익을 따질 수 있는 부분은 세부 부품과 이에 대한 조립 경쟁력 쪽이다. 로봇도 마찬가지다. 로봇 역시 각 기술간 융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로봇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과 기술을 모듈화시켜 이를 효율적으로 조립하는 것이 가격대비 혜택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다. 부처와 기업들의 역할 분담을 통한 각 부분의 모듈화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변증남=가격대비 혜택의 문제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구매력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일반적인 시장개척의 관점뿐만 아니라 서비스 로봇은 복지사회에 기여하는 기술과 제품이다. 정부는 노년세대와 장애인 등 서비스 로봇이 절실한 사람에게 구매력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오상록=지금까지 출시된 로봇은 다분히 시장에서 수요에 의한 제품이라기보다 기술의 혁신 결과를 내놓는 형태였다. 누구나 로봇을 살 수 있게 만들기 위해 킬러애플리케이션을 찾아야 하고 이에 맞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로봇을 하나의 독립된 제품이 아니라 시스템을 구성하는 한 구성원으로 만들어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도 하나의 접근법이다. 휴대폰 역시 휴대폰 하나만으로 비즈니스를 구성하게 되지는 않는다. 휴대폰은 무선통신시스템을 구성하는 하나의 구성원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로봇 역시 시스템을 구성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비즈니스적 접근이 가능하다.
◇신경철=일반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로봇은 현재 기술력으로 접근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일반 수요자의 대부분은 영화나 만화영화를 통해 로봇에 접근하고 높은 기대를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현존하는 로봇으로 일반 수요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로봇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서비스 등으로 가치를 높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사회=지능형 로봇의 연구개발 및 인력양성, 국제 협력 방안을 말해 달라. 연구개발의 효율적 접근에 대해서도 언급해 보자.
◇김진오=10개 성장동력을 잘 살펴보면 미래형 자동차와 로봇 분야의 기술이 합쳐진다. 또 디스플레이와 홈네트워크 등이 모두 로봇 산업을 위한 인프라로 사용된다. 그러나 이들 성장동력 10개 분야가 서로 따로따로 추진되고 있어 이들 사이에 연계와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것이 필요하다.
◇오상록=차세대 성장동력을 위한 인력 양성 차원에서 보면 산업용 로봇을 포함한 로봇관련 교육이 매우 미진하다. 프로젝트와 기술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고급 인력이 필요하며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실무 인력 등 2개 부분 인력이 필요하다. 고급 인력 양성을 위한 로보틱스 전문 대학원 프로그램과 현장 인력을 재교육해 실무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신경철=로봇에 메카트로닉스란 말을 쓰는데 인텔리전트 시스템이나 머신으로 개념이 전환돼야 한다. 로봇이 첨단 기술을 통합하고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이를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어렸을 적부터 만들어보고 꿈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말이다.
◇김문상=한국에서 로봇 산업이 꽃을 피우려면 전략적인 개발이 필요하다. 단순한 기술개발이 아닌 인력과 교육, 법체제, 복지 정책 등이 톱다운 형태로 선택된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오상록=우리는 기술면에서 일본이나 미국에 뒤처진 것이 사실이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가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은 무리다. 이에 따라 해외 기술을 빨리 도입하는 국제 협력 방안을 마련해 기술력을 따라가야 한다.
◇변증남=국제협력을 위해선 이를 위한 국내 협력이 요구된다. 사이버 국제 교류 센터를 만들어 세계 각국의 로봇 학자와 연구소 등이 데이터베이스화되는 것이다. 또 각 연구자들의 활동을 모두 알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사회=지적재산권확보와 표준화문제에 대해 논의해 달라.
◇오상록=지적재산권은 로봇 분야에서는 아직 첨예한 문제는 아니다. 특화분야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지능형 서비스 로봇에 대한 표준화가 더욱 중요하다. 일본이나 유럽은 표준화에 대한 시도를 하고 있다.
◇김진오=기술표준원 산하에 표준 단체가 있다. 지능형 서비스 로봇 분야에 대한 새로운 활동을 할 필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소니나 혼다가 관련 특허를 확보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준비해야 한다. 지능형 로봇 중 지능 기술의 원천 특허는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신경철=로봇의 지능과 운동에 관한 특허는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또 몇 가지의 로봇 외에는 해결방법이 없다는 결론이 날 것이다. 또 로봇을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 특허 확보가 요구된다.
◇사회=기술개발을 산업화로 연결할 수 있는 인프라와 비즈니스 모델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오상록=로봇은 시장 창출형 산업이다. 로봇은 자발적인 초기시장 창출이 어렵다. 정부가 초기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유도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실현하는 방법으로는 디지털홈 시범사업용 주택에 로봇을 접목시켜 시범사업을 같이 진행하는 것이다.
◇김진오=로봇 관련 산업의 고객이 될 수 있는 회사를 끌어 들이는 것이 급선무다. 로봇 제조기업과 서비스 기업과 협력 창구 마련과 공공 시장 개척이 요구된다.
◇신경철=로봇의 산업 분류가 필요하다. 자동차처럼 할부 금융과 같은 세제 조치가 있으면 초기 사용자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게 것으로 기대된다.
◇변증남=재활용성에 대한 개념이다. 설계단계부터 로봇이 환경친화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 처음부터 고장이 난 부분을 다른 부분에 활용할 수 있는 개념을 생각해야 한다. 현재 연구개발자들은 상당히 높은 지적 수준의 인력들이다.
◇신경철=대기업 위주의 수출 정책이 우리 전체의 산업 구조다. 로봇은 대기업 위주의 육성을 통해서만 국제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대기업이 해야 될 분야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로봇은 종류와 서비스, 고객이 다양하다. 벤처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중소기업은 사업화, 대기업의 대량 생산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오상록=10대 품목을 들여다 보면 로봇은 기술 통합 분야다. 지능형 서비스 로봇은 부품도 서비스도 아니고 대표적인 융합형 아이템이다. 이런 것에 대해 정부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부품에 대한 전략과 융합형 시스템에 전략을 따로 가져가야 한다. 기술이 모여 제품이 될 것이라는 접근보다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이를 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과 제품을 만드는 톱다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IT나 인터넷 등 강한 기술을 계속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전략적 측면에서 접근이 요구된다.
◇사회=지능형 로봇은 유비쿼터스 컴퓨팅 생활환경의 지능화를 대변하는 중요한 기술분야로서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다. 높은 기술적 질적 수준으로 인간을 서비스할 수 있는 로봇 지능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산업화를 위해선 우리의 강점인 IT 및 네트워크와 결합해 서비스와 솔루션을 창출하는 ‘로봇 인사이드’ 개념으로 파급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지능형 로봇의 서비스 수준에 대한 일반의 지나친 기대와 현실과의 괴리를 분명히 하고 단계적 접근이 요구된다.
<정리=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