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IT 기업의 차세대컴퓨팅 전략… 빌려쓰는 IT 시대 개막 예고
비즈니스 온 디맨드와 유틸리티 컴퓨팅. 최근 들어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분야를 망라해 주요 다국적 IT 기업들이 내놓고 있는 차세대 컴퓨팅 전략이다.
이들 기업의 전략은 궁극적으로는 아웃소싱이라는 큰 범주로 향해 있으며, 기업이 IT 인프라를 직접 소유하지 않고 제 3의 기관으로부터 지원받는 점에서 ‘렌트 IT’라는 공통 화두를 내포하고 있다.
IT 공급업체들은 경쟁력 있는 기업의 갖추어야할 요건으로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체질을 갖추고 △비용 구조를 가변적으로 유지하여 지속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며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비 핵심 분야를 아웃소싱해 경쟁우위를 차별화하며 △시장의 변화와 위험요소에 민첩하게 적응하는 능력을 꼽는다. IT 역시 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전략은 단순히 IT 인프라 변화 뿐 아니라 경영 프로세스 등의 내부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빌려쓰는 IT 전략은 기업 전체 변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기업들이 업체들의 새로운 전략에 귀 귀울이는 이유 역시 일차적으로 현재 IT 비용의 평균 40% 정도가 단순 전산환경 통합작업에 사용되거나 30∼40% 정도가 인건비로 소요되는 등 보다 빠르고 유연하게 그리고 저비용으로 시장을 주도하기 어려운 경직된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좀 더 민첩하고 효율적으로 변화를 능동적으로 이끌자는 것이다.
서비스 기업으로 진화를 핵심 전략으로 설정한 한국IBM은 이미 온 디맨드 서비스를 앞세워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적응형 엔터프라이즈(AE)라는 차세대 전략을 강조하고 있는 한국HP도 유틸리티 컴퓨팅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장비에 대해 PPU(pay per use) 프로그램을 적용한 유틸리티 서비스나 ASP,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유틸리티 서비스의 경우 서버 및 스토리지에 대해 CPU 및 디스크의 월 단위 사용량에 따라 유동적으로 과금하는 방식으로 삼성캐피탈 등 국내 기업들 일부가 적용했다. 서버 플랫폼으로부터 자유로운 거대 SW 업체들 역시 온 디맨드(오라클), 유틸리티(CA) 등의 전략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거나 ASP 서비스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해 영업에 적극 임하고 있다.
IT 기업들은 단순히 빌려쓰는 개념에서 진 일보해 사용 기간의 비지니스 리스크나 서비스 관리를 지원하는 개념으로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기고-정보시스템 운영방식의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
-윤종기 한국IBM 글로벌서비스 상무
온 디맨드 혹은 유틸리티 모델은 새로운 컴퓨팅 모델이자 비즈니스 모델이다. 정보시스템 관점으로 보면 컴퓨팅 환경의 혁신이면서, 동시에 그 컴퓨팅 환경을 기반으로 경영혁신을 추구하는 것이다.
경영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은 조직 내 핵심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과 개방형 표준에서 통합된 정보시스템을 바탕으로 조직의 효율성과 문화를 강화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객의 다양한 요구와 시장 기회에 기민하게 부응하며, 불확실한 외부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기업, 또 고정비용 중심의 비용구조를 변동비용 구조로 유지하는 능력을 갖춘 기업이다.
그동안 기업의 정보시스템 환경은 전적으로 ‘소유’하는 모델이었다. 하지만 지난 수십년간 전사적으로 통합된 관점을 간과한 채 도입된 자원들은 운용 비용, 관리 복잡도, 투자의 비효율성 등의 문제를 안고있는 것이 현실이다. 차세대 컴퓨팅 패러다임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핵심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서비스를, 원하는 만큼 수급할 수 있는 컴퓨팅 환경이다.
정보시스템은 구현하는 그 자체나 소유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잘 활용하여 기업 전체를 혁신시키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그 존재가치가 있다. 도입한 컴퓨팅 자원의 처리 능력이 모자라도 걱정이고, 자원이 너무 남아 돌아도 걱정이다. 특히 정보시스템 기술변화의 가속화와 이에 기반한 경쟁역량의 강화가 절실한 이 때에 이러한 비용을 고정자산이 아닌 변동비용으로 만들 수 있다면 많은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온 디맨드는 사용량에 근거한 비용 구조, 즉 유틸리티 환경을 구현하며 최신 기술의 신속한 채택과 활용을 쉽게 해 기업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다.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우선 해당 산업에 특화된 수직적 서비스, 즉 공통 업종의 특정 업무를 지원하는 인프라스트럭처는 물론 업무 프로세스 운영, 네트워크 운영, 애플리케이션의 개발 등을 아웃소싱 해 초기 개발·유지 보수·운용 비용 등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산업 특성에 구애받지 않는 공통적인 업무 프로세스, 즉 인사·재무·회계·구매·조달 등를 위한 서비스도 있다. ISV들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를 온 디맨드 서비스 방식으로 공급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IT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영 유지하도록 해주는 관리 서비스나 하드웨어나 기본 운영체제 등 컴퓨팅 파워를 필요한 만큼 전기나 수도처럼 이용할 수 있는 유틸리티 서비스도 대표적이다.
이러한 형태의 서비스들은 기업 내에 스스로 구축할 수도, 외부의 대규모 서비스 제공 업체가 이미 구축한 것을 사용할 수도 있다. 전자를 프라이빗 유틸리티(Private Utility)라고 하며, 후자를 퍼블릭 유틸리티(Public Utility)라고 한다.
프라이빗 유틸리티는 비용절감의 장점보다는 보다 근본적으로 기업 전체의 비즈니스 속도를 높이고 내부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대기업에 적합하다. 특히 아웃소싱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IT 자산의 매각을 통한 아웃소싱은 물론 기존 IT 자산을 유지하면서 보다 안정적인 운영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 선진기술을 보다 신속하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전문적인 서비스 업체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다.
반면 퍼블릭 유틸리티는 표준화가 가능해 여러 기업간에 공유(Shared)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퍼블릭 유틸리티는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비용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시장 진입을 위한 초기 환경을 구축하기 쉽고 적은 규모의 선투자 등의 장점을 지니고 있어 중견 이하 규모의 기업이나 국내 진출 다국적 기업 등에 적합하며,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도 핵심 역량으로 특화하지 않아도 되는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이미 전세계적인 기업 경영의 흐름은, 기업 경쟁력의 향상은 정보시스템 활용의 극대화와 불가분의 관계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 업체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기반해 제공되는 여러 형태의 ‘공유’ 방식의 서비스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주요 다국적 IT 기업의 ASP 전략
한국HP·한국IBM·한국오라클·한국CA 등 주요 다국적 IT 기업들은 글로벌 협력사는 몰론 국내 솔루션 업체와 협력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IT 렌트’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SMB(중소·중견기업)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방법으로 ASP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HP는 자사를 포함한 애플리케이션 공급 업체들이 자사 제품을 판매하면서 본사의 리스 프로그램을 이용해 고객으로부터 수익을 리스비용으로 일치시키고 매출을 일괄 발생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국IBM은 ‘애플리케이션 호스팅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ASP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IBM은 독립 소프트웨어 공급사(ISV)들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를 온 디맨드 서비스 방식으로 공급하는 ‘애플리케이션 이네이블먼트 프로그램(AEP, Application Enablement Program)’을 확대했다. 고객이 ISV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온 디맨드 방식으로 서비스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IBM은 올해 AEP 관련 애플리케이션 개발 협력사를 현재의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 99년 ‘비즈니스 온라인(BOL)’이라는 캠페인으로 ‘오라클 e비즈니스 스위트’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한국오라클도 국내 다수의 ASP 협력사들과 파트너쉽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오라클은 기업의 전산환경이 물리적으로 기업내부에 존재하지 않더라도 바로 눈 앞에서 관리하는 것과 같이 느낄 수 있는 긴밀한 IT 환경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한국CA는 안티바이러스, 스팸 차단 솔루션, PC용 방화벽, 백업 솔루션을 내세워 ASP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한국CA는 보안 관제 서비스를 통해 ASP 형태로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는 부분을 협의하고 있다. 또 ASP 업체들이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규정하고 서비스 품질을 관리하고 효과적으로 운영하며, 과금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