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시장을 가다]­(하)브랜드·고부가가치만이 살길이다

중국의 대표적 전영점(양판점)인 궈메이(國美)의 TV코너.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물론 도시바·소니·파나소닉 등 외국업체와 TCL·창홍 등 중국 로컬 업체의 프리미엄 TV가 나란히 늘어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주목을 끄는 것은 TCL TV의 가격이다. 43인치 프로젝션 TV기준으로 한국산 제품에 비해 무려 1000위안(한화 약 15만원)이나 싸게 매겨져 있고, 고객을 불러 세우는 종업원들은 그나마도 흥정하기에 따라서는 가격을 더 내릴 태세다. 한국산에 비해 디자인은 다소 떨어지는 듯 하지만 가격은 매력적이다.

 TV뿐만 아니다. 하이얼이 주도하는 백색가전 부문은 가히 ‘가격전쟁’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이얼은 저가를 바탕으로 한 볼륨드라이브 정책으로 일관, 시장점유율을 탄탄히 확보해 나가고 있다. 냉장고의 경우 지멘스는 지난해 6월 8.3%의 시장점유율에서 올 1월 9.3%로 1%포인트 늘어난 반면, 하이얼은 같은 기간동안 20%에서 23.5%로 3.5%포인트나 증가했다.

 또 세탁기도 지멘스는 이 기간 동안 36%에서 34.4%로 점유율이 줄었지만, 하이얼은 32%에서 36.5%로 4.5% 포인트나 늘었다. 이렇듯 중국 토착기업들은 저가를 무기로 중국 내 시장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높여가고 있다. 중소형 가전 제품인 경우 그 위력은 더 하다.

 더욱이 최근 들어 한국의 가전 업체들은 원자재 구득난으로 인해 원가 상승요인이 발생해 가격을 인상해야 할 처지이지만, 중국의 로컬 업체들은 오히려 가격을 더 내리고 있다. 가격경쟁은 이제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중국 가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아닌 다른 무기로 무장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 중국지주회사 강승구 부사장은 “결국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이미 파나소닉은 PDP사업에 승부수를 던졌으며, 도시바 역시 프로젝션 TV로 승부를 걸기로 했다. 또 지멘스도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고가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전략을 새롭게 짜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02년 45억달러에 달하던 매출이 지난해 70억달러로 늘어나는 등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LG전자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문화마케팅·스포츠마케팅 등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각종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또 고소득층과 전문직 종사자를 겨냥해 21명으로 구성한 태스크포스 마케팅 전담팀과 정강산 특공대, 디지털대장정팀 등은 귀족 마케팅으로 프리미엄 제품 수요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가전시장에는 제품별로 수십개의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 가운데 한국 제품은 어느 것 하나도 확실한 1위가 없다는 게 현지 유통업체 대표의 지적이고 보면, 앞으로 한국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해 진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고급 제품으로 부가가치를 올리는 것’이 그것이다.

 <베이징(중국)=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