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내셔널세미컨덕터 등 반도체업체들이 납성분이 없는 친환경 제품 양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AP통신이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주요 선진국가에서 모든 전자제품의 납사용을 규제하는 시한을 앞두고 세계 반도체업계가 무연(無鉛)생산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인텔은 자사의 반도체제품에 사용되는 납성분의 95%를 제거한다는 목표하에 하반기부터 납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이른바 ‘무연(Lead-Free)’ 반도체 생산라인을 본격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텔은 2분기에 무연 임베디드 프로세서를 출시하며 3분기부터는 무연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양산 체제를 가동한다.
같은 날 내셔널세미컨덕터도 연말까지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LCD모니터용 반도체 등 자사 칩제품의 조립과정에서 납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이 회사는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납성분뿐만 아니라 브롬과 안티몬 등 신체에 유독한 것으로 알려진 중금속 사용을 대폭 줄일 방침이다.
이밖에 AMD도 오는 2006년 7월 EU국가에서 모든 전자제품에 납사용을 금지하는 법령 시행을 앞두고 무연 반도체 생산라인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납은 그동안 반도체, PC, 모니터 등 각종 전자제품의 땜질(솔더링)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소재로 사용돼 왔으나 최근 환경을 해치는 주범으로 인식돼 일본, 유럽 등 선진국가에서 전자제품 사용을 제한하는 강력한 환경법률이 속속 제정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납솔더를 실버, 구리, 주석 성분으로 만든 친환경 무연솔더로 바꿀 경우 원가상승 및 조립품질면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주요 반도체업체들은 신뢰성 있는 무연제조기술을 개발해왔는데 인텔은 지난 2000년부터 유럽독극물규제위원회(RoHS)와 함께 칩과 주기판을 연결하는 생산과정에서 납을 줄이는 연구를 지속해왔다.
나세르 그레옐리 인텔 부사장은 우리는 이미 지난해 수백만개의 무연 플래시메모리를 생산한 바 있다면서 “일련의 조치들은 향후 반도체업계의 생산과정에서 환경친화적인 무연시대가 본격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