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기술영향평가기관제도 시행과 함께 불거졌었던 기술영향평가 기관의 독립성 문제가 최근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과기계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은 주관기관 선정후 처음 수행한 기술영향평가 결과 본래 목적인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평가’수행보다 신기술의 시장성 예측을 강조하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독립성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연구계 인사들은 KISTEP의 기술영향평가 보고서에 신기술시장성 예측이 강조됨으로써 평가기관독립성의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관련, 과기계는 최근 KISTEP와 과학기술부가 지난해 12월 첫 보고서를 완성했음에도 당초 예정보다 4개월이나 지연된 지난 4월에 이를 발표하면서 부정적 기술영향평가결과에 대해 “공개를 지연했다”는 공공연한 시각까지 내비치고 있다. 게다가 이번 평가결과로 시민단체 및 관련 단체들이 연구개발 집행부처인 과기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기술영향평가연구소’ 설립을 촉구하고 나서 향배가 주목된다.
◇기술영향평가 독립성 논란 확대=이번 첫 기술영향평가 결과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기술영향평가 기관의 독립성 문제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 됐다. KISTEP는 지난해 6월 나노·생명·정보(NBIT) 융합기술을 첫 번째 평가대상으로 삼아 15명의 평가위원회를 구성, 3개월의 평가를 마치고 지난 12월 결과를 공개키로 했다. 그러나 KISTEP와 과기부는 결과부족을 이유로 지난 4월 8일에서야 공청회를 열었다. 이 당시 일부 평가위원들은 정부가 NBIT융합기술의 부정적 효과를 지적한 평가보고 내용을 의식해 공개를 지연시킨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평가기관의 독립성 문제가 급부상했다.
◇기술영향평가제도 전면 개선 요구=지난 8일 서울대에서 열린 NBIT융합기술 기술영향평가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은 이번 평가 결과의 적합성과 평가기관 자질 문제를 쟁점화했다. 공청회에서 참가자들은 과기부 산하 KISTEP가 실행기관이 되면서 첫 기술영향평가 결과가 NBIT 융합 기술이 사회에 끼칠 영향보다는 기술의 시장성 예측과 부정적 평가 부분을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평가의 본래 의미를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김환석 국민대 교수는 “평가기관인 KISTEP가 주관부처인 과기부의 연구개발 정책에 대해 독립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구조”라며 “다양한 계층의 일반시민이 참여해 과학기술과 사회가 만나는 접점에서 생기는 영향을 예측하는 기술영향평가의 본래 의미를 실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기철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원장은 “KISTEP는 기술영향평가를 전문으로 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고 지적하며 “과학기술 발전에 동반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기술영향평가 전담 연구소를 설립하고 국가 연구개발 예산 중 일부를 기술영향평가에 할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1970년대 이후 기술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인 미국과 유럽은 평가기관을 의회 안에 따로 설립했으며 국회의원들의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과학기술자와 일반시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평가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